유연의 기업법 노트

특허증은 국경에서 멈춥니다 — 수출을 시작하는 순간 시작되는 열두 달

국내 등록증을 들고 계셔도 국외에서는 아무것도 막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내 이름을 이미 남이 등록해 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3줄 요약
  1. 1지식재산에는 속지주의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권리는 등록한 나라 안에서만 효력을 가집니다. 국내 특허증은 국외에서 증거는 되어도 권리는 아닙니다.
  2. 2해외로 갈지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첫 출원일로부터 열두 달 안에 판단해야 그 날짜를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3. 3특허보다 먼저 사고가 나는 것은 대개 상표입니다. 진출하려는 나라에서 우리 브랜드를 이미 다른 사람이 등록해 둔 경우, 그 나라에서 우리 이름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시죠. 국내에서 특허를 받았습니다. 등록증도 액자에 넣어 걸어 두었고요. 제품이 잘 팔려서 해외 전시회에 나갔는데, 옆 부스에 우리 제품과 똑같이 생긴 물건이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등록증을 들고 가서 항의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등록증은 그 나라에서 권리가 아니니까요.

말씀드리면 대부분 놀라십니다. 특허라고 하면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 본 글은 지식재산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외국의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고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사안에서는 해당 국가의 현행 제도와 개별 사실관계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PART 1. ★ 속지주의라는 원칙

먼저 원칙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지식재산권은 각 나라가 자기 법으로 만들어 주는 권리입니다. 우리나라 특허청이 심사해서 준 권리는 우리나라 안에서 효력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특허청이 준 권리가 필요합니다.

이걸 속지주의라고 부릅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권리는 그 나라 국경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운전면허를 생각하시면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면허증을 갖고 있어도 다른 나라에서 그냥 운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 나라가 인정하는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하죠.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국내에서는 완벽하게 보호받는 기술인데, 해외 공장에서 그대로 만들어 그 나라 안에서 파는 것은 우리 특허로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면 그때는 국내 특허로 다툴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인데 어디서 만들고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겁니다.

국제 협약이 있으니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협약과 제도가 있어서, 절차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출원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지, 하나의 권리가 전 세계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나라별로 심사를 받고 나라별로 권리를 받습니다.

PART 2. ★ 열두 달이라는 시계

그럼 해외 출원은 언제 결정해야 할까요.

여기에 정해진 기간이 있습니다. 먼저 낸 출원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에 출원하면서 그 최초 출원일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최초 출원일로부터 열두 달입니다.

이 열두 달이 왜 중요한지 설명드리겠습니다.

특허는 먼저 낸 사람에게 주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 알려진 것에는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국내에 출원하고 제품을 출시하면, 그 내용은 언젠가 공개됩니다. 그 뒤에 다른 나라에 출원하면 이미 공개된 기술이 되어 버립니다. 내가 공개한 것에 내가 걸리는 상황이죠.

우선권 제도는 이 문제를 풀어 줍니다. 열두 달 안에 다른 나라로 가면, 그 나라에서도 최초 출원일을 기준으로 판단해 줍니다. 그 사이에 있었던 공개는 문제 삼지 않고요.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 열두 달이 지나면 이 장치를 못 씁니다. 그때부터는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공개가 우리 앞을 막는 자료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제품을 처음 출원하시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해외 계획이 없어도 좋으니, 첫 출원일에 열두 달 뒤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두시라고요. 그날 다시 한번 판단하시면 됩니다. 그때까지 사업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그날을 모르고 지나가면 결정할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여러 나라를 한 번에 겨냥할 때 쓰는 국제출원 경로도 있습니다. 이 경로를 쓰면 각 나라에서 실제로 심사를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어서, 어느 나라에 들어갈지 판단할 시간을 더 벌 수 있습니다. 비용을 나중으로 미루는 효과도 있고요. 다만 이 경로에도 정해진 기간이 있고, 그 안에 각 나라 절차로 들어가야 합니다.

PART 3. ★ 실제로 더 자주 터지는 것은 상표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수출을 시작한 회사에서 실제로 사고가 나는 순서를 보면, 특허보다 상표가 앞섭니다. 그리고 피해가 더 즉각적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를 주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이름을 만들어 키운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에 먼저 등록한 사람이 그 나라에서의 권리자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우리 브랜드가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합니다.

· 누군가 그 나라에서 우리 이름을 상표로 출원해 등록합니다.

· 우리가 그 나라에 진출하려고 하면, 우리 이름을 우리가 못 씁니다.

· 심하면 우리 제품이 그 나라 세관에서 막히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아무리 오래 써 왔고 국내 등록이 있어도, 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등록이 기준입니다.

물론 다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라마다 부정한 목적으로 한 출원을 다투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되찾은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들며, 결과를 미리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시장에서 영업을 못 합니다.

앞서 상표 편에서 5년 키운 가게 이름을 남이 먼저 등록한 이야기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같은 일이 더 자주 일어납니다. 우리가 그 나라를 보고 있지 않은 동안 상대는 우리를 보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진출 계획이 있는 나라, 생산을 맡기는 나라, 그리고 이미 우리 제품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나라를 먼저 확인하고, 그중 우선순위를 정해 등록을 진행합니다. 전 세계에 다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실제로 사업이 닿는 곳에는 먼저 가 계셔야 합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상표는 한글 이름만 등록하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나라에서 실제로 쓰이는 표기, 즉 영문 표기나 현지 문자 표기까지 함께 검토하셔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부르는 이름과 등록된 이름이 다르면 보호가 어긋납니다.

PART 4. 국경을 넘을 때 함께 점검할 것들

특허와 상표 외에도 확인이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 디자인 — 제품의 겉모습을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이것도 나라별로 받아야 하고, 공개 전에 출원해야 하는 것은 특허와 같습니다. 소비재라면 특허보다 이쪽이 더 실질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 생산을 맡기는 나라 — 제조를 위탁하면 도면과 사양이 넘어갑니다. 그 나라에 우리 권리가 없으면 그 도면으로 만든 물건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도 막을 근거가 약합니다.

· 계약의 준거법과 분쟁 해결 방법 —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에서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하고 어디서 다툴 것인지를 정해 두는 조항입니다. 분쟁이 생기고 나서 보면 이 조항이 승패만큼 중요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 세관 절차 — 위조품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관에 권리를 신고해 두는 제도가 각국에 있습니다. 등록만 해두고 이 절차를 안 해 두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전시회 일정 — 해외 전시회 출품은 공개입니다. 출품 전에 출원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앞서 날짜 편에서 말씀드린 그 이야기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목록이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 하실 일은 하나입니다. 사업이 어느 나라에 닿아 있는지 지도에 표시해 보고, 그 나라들에 우리 권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PART 5. ★ 스스로 확인해 보실 수 있는 것들

실무에서 물어보는 순서 그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답이 막히는 칸이 지금 비어 있는 자리입니다.

· 우리 제품이 실제로 팔리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 직접 수출뿐 아니라 유통을 통해 흘러가는 경우까지 포함해서요.

· 우리가 생산을 맡기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 그 나라들에 우리 특허가 있는가, 아니면 국내 등록만 있는가

· 그 나라들에 우리 상표가 등록되어 있는가 — 한글, 영문, 현지 표기까지

· 우리 첫 출원일로부터 아직 열두 달이 지나지 않은 건이 있는가

· 올해 나갈 해외 전시회가 있는가, 거기서 처음 공개할 내용이 있는가

·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에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할지 적혀 있는가

여기서 세 번째와 네 번째에서 막히시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지금 확인하지 않으면 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항목입니다.

이 확인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나라별 제도가 다르고 절차의 선택지가 여럿이라, 지도와 일정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디에 먼저 가야 하는지, 어떤 경로로 가는 것이 시간과 비용에 맞는지는 사업의 계획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저장해 두세요 — 국경을 넘기 전에

1. 권리는 국경에서 멈춘다 — 국내 등록증은 국외에서 권리가 아닙니다.

2. 첫 출원일로부터 열두 달 — 해외로 갈지 결정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달력에 표시해 두십시오.

3. 특허보다 상표가 먼저 터진다 — 대부분의 나라가 먼저 등록한 사람을 권리자로 봅니다.

4. 사업이 닿는 나라에 먼저 가 있어라 — 파는 나라, 만드는 나라, 이미 흘러 들어간 나라.

5. 해외 전시회는 공개다 — 출품 전에 출원 여부를 확인하십시오.

마치며 — 지도를 펴 놓고 보는 일

정리하겠습니다.

지식재산은 국가가 만들어 주는 권리이고, 그래서 국경을 넘지 못합니다. 이건 제도의 결함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각 나라가 자기 시장의 질서를 자기 법으로 정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사업이 그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제품은 국경을 아주 쉽게 넘습니다. 사진 한 장, 영상 하나로 넘어가기도 하고요. 권리는 신청해야 넘어가는데 제품은 저절로 넘어갑니다. 이 속도 차이에서 사고가 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지도를 펴 놓고 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업이 실제로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표시해 보고, 그 위에 우리 권리가 어디까지 있는지 겹쳐 보는 것. 두 지도가 어긋나는 자리가 지금 비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확인에는 기한이 걸려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열두 달이 그렇고, 전시회 출품 전이 그렇습니다. 다른 일들은 미뤄도 되지만 이 두 가지는 미루면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수출을 준비하고 계시거나 이미 시작하셨다면, 오늘 지도 한 장만 그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파는 나라와 만드는 나라를 적고, 그 옆에 우리 권리가 있는지 표시해 보는 것. 그 표가 비어 있는 칸을 보여줄 겁니다.

"제품은 사진 한 장으로도 국경을 넘는데 권리는 신청해야 넘어갑니다. 이 속도 차이에서 사고가 납니다 — 그리고 대개 특허보다 상표가 먼저 터집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지식재산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결과 보장이 아닙니다. 외국의 출원·등록 절차와 구제 수단은 나라마다 다르고 개정될 수 있으며, 분쟁의 결과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 사안에서는 해당 국가의 현행 제도를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함께 보기 : 「지식재산에는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날짜가 있습니다 — 오늘 세어 보셔야 할 열 개의 시계」 · 「5년 키운 가게 이름, 남이 먼저 등록했습니다」 · 「특허증을 받았는데 왜 못 막습니까 — 당신이 받은 것은 발명이 아니라 몇 줄의 문장입니다」 · 「감출 수 없을 때 지키는 법 — 페라리 F1이 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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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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