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강성부 펀드(KCGI)는 이름 자체가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기업지배구조 개선)'인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 2기업전문변호사의 눈으로 보면, KCGI가 쓴 무기는 협박이 아니라 상법·자본시장법이 보장하는 '합법적 주주권'이었습니다.
- 3그래서 행동주의 투자와 불법 기업사냥을 가르는 기준은 '공격성'이 아니라 '적법성' — 공시냐 은닉이냐, 주총이냐 시세조종이냐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펀드' 앞에 사람 이름이 붙으면, 이상하게 좀 무섭습니다. '무슨무슨 자산운용'은 점잖은 은행 창구 같은데, '아무개 펀드'는 어쩐지 밤에 셔터 내린 가게 문을 두드릴 것 같달까요. '강성부 펀드'도 딱 그런 어감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회사 하나를 통째로 뜯어먹고 뼈만 남길 것 같잖아요. 실제로 많은 분이 이 이름에서 곧장 '기업사냥꾼'을 떠올리십니다.
그런데 이 펀드가 스스로 내건 정식 이름의 뜻을 알고 나면, '사냥꾼'이라 부르던 손이 슬그머니 머쓱해집니다. 풀네임이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우리말로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이거든요. 사냥꾼치고 이름이 너무 착합니다. 명함에 '기업을 더 좋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어 다니는 사냥꾼이라니, 어쩐지 앞뒤가 안 맞죠.
바로 여기에, 법률가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구분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KCGI와 한진칼 사태를 통해, '주주행동주의'란 무엇이고 그것이 '불법 기업사냥'과 어디서 갈리는지를 법의 언어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본 글은 공개된 보도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2026년 7월 기준), 특정 인물·기업의 위법을 단정하거나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PART 1. KCGI란 무엇이며, 왜 유명해졌나
KCGI의 정식 명칭은 앞서 말씀드린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 직역하면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입니다. 2018년, 한국투자공사(KIC) 출신 강성부 대표가 설립했고, 표방한 목표 역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였습니다. 이름표에 이미 자기가 뭘 하겠다는지를 대문짝만하게 써 붙인 셈이죠. 식당으로 치면 간판에 '맛없으면 환불'이라고 걸어둔 집입니다. 그러면 손님은 그 간판을 근거로 정당하게 따질 수 있게 됩니다.
유명해진 계기는 한진그룹입니다. 2018년 KCGI는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사 모으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는 오너 일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낮은 주주환원, 지배구조 문제 등이 지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KCGI가 요구한 것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배당 확대, 비핵심 자산 매각, 전문경영인 체제 검토 등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장사가 안되는 게 아니라 곳간 관리가 이상하니, 곳간 열쇠를 누가 어떻게 쥐는지부터 손보자"는 얘기였죠. 결과적으로 한진그룹은 상당한 지배구조 변화를 겪었고, 이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PART 2. 기업사냥꾼인가, 행동주의 투자자인가
똑같은 사람을 두고 평가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마치 같은 손님을 두고 주방에서는 "저 진상"이라 부르고, 옆 테이블에서는 "속 시원하다"고 박수 치는 것과 비슷합니다.
· 부정적 시각 — 경영권을 흔들어 단기 차익을 노린다, 언론 플레이를 활용한다, 경영 안정성을 해친다.
· 긍정적 시각 —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한다,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한다,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사실 이 논쟁은 한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칼 아이칸, 빌 애크먼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이미 '별종'이 아니라 '흔한 단골손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진짜 질문은 "저 손님이 시끄러운가"가 아니라 "저 손님이 규칙을 어겼는가"입니다. 목소리 큰 게 죄는 아니니까요. 여기서부터 법률가의 시선이 필요해집니다.
PART 3. 법의 눈 — KCGI가 쓴 '합법적 무기'
행동주의 펀드의 힘은 협박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은 법이 주주에게 '합법적으로 쥐여준 무기'에서 나옵니다. 주식을 산다는 건 단순히 시세차익 티켓을 사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공동주택의 지분을 갖고 입주민 회의에 들어갈 자격증을 사는 일이거든요. KCGI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바로 이 자격증에 딸린 권리들입니다. 하나씩, 일상어로 풀어 보겠습니다.
① 상법상 주주권
· 주주제안권 — 주주총회에 안건을 직접 올릴 권리입니다. 아파트 입주민 회의 안건 리스트에 "우리 이 문제 좀 다룹시다"라고 내 손으로 한 줄 끼워 넣을 수 있는 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관리소장이 정하는 대로만 회의하는 게 아니라요.
·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 — 일정 지분을 모아 "정기 회의 말고, 지금 당장 임시 회의 엽시다"라고 요구할 권리입니다. 다음 정기총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고, 급하면 사람들을 지금 소집할 수 있는 비상벨인 셈이죠.
· 이사 선임·해임 안건 제안 — 회사의 살림을 맡을 임원을 새로 앉히거나 내리자는 안건을 걸 수 있습니다.
·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 회사의 장부를 직접 들여다볼 권리입니다. "말로만 잘되고 있다 하지 말고, 가계부 좀 봅시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돈이 어디로 흘렀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거죠.
② 자본시장법상 의무와 절차
그런데 이 무기, 마냥 조용히 휘두를 수는 없습니다. 지분이 일정 비율을 넘기면 행동주의 펀드도 거꾸로 규율을 받거든요.
· 대량보유보고(이른바 '5% 룰') — 한 회사 지분을 5% 이상 사 모으면 "나 이만큼 샀소" 하고 공개적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놀이터에서 덩치 큰 아이가 들어오면 다 같이 알아보게 되는 것처럼, 시장에 큰 손이 들어왔으면 몰래 숨어 있지 말고 손을 들라는 규칙입니다.
· 보유 목적('경영참여') 공시 — 단순히 시세차익만 노리고 산 건지, 경영에 개입할 셈으로 산 건지 그 '속내'까지 밝혀야 합니다. "구경만 하러 왔어요"와 "회의에 참견하러 왔어요"는 신고 내용이 다르다는 뜻이죠. 목적을 숨기고 몰래 참견하면 규칙 위반입니다.
· 단기매매차익 반환 규정 — 내부 정보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 짧은 기간 사고팔아 얻은 차익은 토해내야 하는 장치입니다.
③ 공정거래법
여기에 더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도 검토 대상이 됩니다. 기업이 서로 지분으로 얽히고설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다루는 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죠.
핵심은 이것입니다. KCGI의 활동은 '몰래' 흔든 게 아니었습니다. 지분을 공개적으로 사 모으고, 5% 룰에 따라 신고하고, 목적을 밝히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라는 '공식 회의석상' 위에서 표로 승부했습니다. 무기가 합법이었다는 뜻입니다. 셔터 두드리는 밤손님이 아니라, 정문으로 들어와 방명록에 이름 적고 회의에 참석한 손님이었던 거죠.
PART 4. 합법 행동주의 vs 불법 기업사냥 — 가르는 선
많은 분이 행동주의 펀드와 불법 기업사냥을 한 덩어리로 뭉뚱그리십니다. 하지만 법의 눈으로 보면 이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식당에 온 손님이라도, '평점과 리뷰를 정당하게 남기는 까다로운 손님'과 '주방에 난입해 냄비를 엎는 진상'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과 같습니다. 둘 다 시끄럽긴 한데, 한쪽만 경찰을 부릅니다.
[ 합법적 행동주의(KCGI형) vs 불법 기업사냥 ]
· 지분 확보 : 공개 매집·공시 ↔ 차명·은닉 의혹
· 정보 활용 : 공시 기반 ↔ 허위 정보 활용 의혹
· 수단 : 주총·이사회 등 공식 절차 ↔ 시세조종 의혹
· 목적 표방 : 배당·지배구조 개선 요구 ↔ CB·BW 등으로 차익 실현
· 법적 영역 : 합법적 주주권 행사 ↔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
앞서 다룬 시세조종 사건(라덕연 사건)이 바로 후자의 전형입니다. 통정매매(짜고 서로 사고팔아 거래가 활발한 척 꾸미는 것)와 은닉된 자금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밀어 올렸다는 혐의가 문제 된 사안이죠. 이건 리뷰를 남긴 게 아니라, 가게 앞에 알바를 잔뜩 세워 "여기 웨이팅 대박"이라고 바람잡이를 시킨 것에 가깝습니다. 반면 KCGI는 지분을 공개하고, 목적을 공시하고, 총회에서 정정당당히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기업전문변호사는 KCGI를 '공격적 행동주의 투자자'로 분류하지, 통상적 의미의 불법 기업사냥꾼과 한 묶음으로 세우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끄러운 것과 불법인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PART 5. 성공했나 — 그리고 시장에 남긴 것
한진칼 투자만 놓고 성적표를 매기면, 평가는 '부분적 성공'입니다. 시험으로 치면 일부 과목은 A인데 마지막 결정적 과목에서 미끄러진 모양새죠.
· 주가 상승 : 성공
· 지배구조 변화 : 상당 부분 성공
· 소액주주 영향력 확대 : 성공
· 경영권 확보 : 실패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산업은행이 이른바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KCGI 연합은 최종적으로 경영권 확보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백기사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수세에 몰린 기존 경영진 편에 서 주는 우호적 큰손'을 뜻합니다. 팔씨름이 막판 접전으로 치닫는데, 한쪽 편에서 갑자기 든든한 원군이 손을 얹어준 셈이죠. 그 손의 무게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그러나 진짜 의미는 이 한 판의 승패보다 훨씬 크게, 시장 전체에 남았습니다. KCGI 이전에는 한국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드물었지만, 이후 얼라인파트너스·트러스톤자산운용·VIP자산운용 등이 잇달아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주주도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문화를 확산시킨, 상징적인 첫 삽 같은 사례가 된 것입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행동주의를 '변호사처럼' 보는 다섯 가지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를 만나거나, 반대로 주주가 합법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할 때, 딱 이 다섯 줄만 저장해 두시면 됩니다.
1. 지분 확보가 공개·공시 기반인가, 아니면 은닉·차명 정황이 있는가.
2. 5% 룰 등 대량보유보고와 보유목적('경영참여') 공시가 제대로 지켜졌는가.
3. 요구가 주총·이사회라는 '공식 절차'라는 회의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는가.
4. 요구의 내용이 배당·지배구조 개선 등 회사가치 제고에 실제로 닿아 있는가, 아니면 잿밥에만 관심인가.
5. 방어하는 기업이라면, 정관·이사회 구성·우호지분 등 적법한 방어수단을 '불나기 전에' 미리 설계해 두었는가.
마치며 — 시끄러운 것과 불법인 것은 다릅니다
행동주의 펀드를 무조건 '사냥꾼'이라 부르는 것은, 목소리 큰 손님을 죄다 진상으로 모는 것과 같습니다. 법이 보는 기준은 소란의 크기가 아니라 수단의 적법성입니다. 공개 매집이냐 은닉이냐, 공시냐 허위정보냐, 주주총회냐 시세조종이냐 — 이 선을 넘었는지, 딱 그것 하나가 전부입니다.
KCGI 사례가 한국 자본시장에 남긴 진짜 교훈도 여기 있습니다. 주주가 경영을 견제하는 일은 '난동'이 아니라 '권리'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권리는 오직 적법한 절차라는 무대 위에서만 비로소 힘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무대 밖에서 휘두르는 순간, 같은 손짓도 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고 마니까요.
"행동주의와 기업사냥을 가르는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수단의 적법성입니다. 법은 시끄러움을 벌하지 않고, 위법을 벌합니다."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된 보도와 일반적 법리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인물·기업의 위법을 단정하지 않고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라덕연 사태 — 좋은 기업도 주가조작의 희생양이 된다」 · 「최태원의 하이닉스 인수 결단」 편)
※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유연의 기업법 노트
특허증은 국경에서 멈춥니다 — 수출을 시작하는 순간 시작되는 열두 달
국내 등록증을 들고 계셔도 국외에서는 아무것도 막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내 이름을 이미 남이 등록해 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투자 계약 직전에 터지는 지식재산 문제 — 실사에서 반드시 나오는 아홉 개의 질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2주 전에 발견되면, 그 문제는 협상 카드가 됩니다. 그때는 이미 우리 쪽에 시간이 없습니다
지식재산에는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날짜가 있습니다 — 오늘 세어 보셔야 할 열 개의 시계
권리를 못 받는 이유의 상당수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날짜가 지나서입니다. 그리고 그 날짜는 대부분 조용히 지나갑니다
자사주를 샀다는데 왜 안 오릅니까 — 매입과 소각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사놓고 없애지 않으면 그 물량은 회사 금고에 남습니다. 언젠가 다시 나올 수 있고, 그때 누구에게 가느냐가 지배구조의 문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