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다 바꾸라"고 했지만, 변호사는 "다는 못 바꿉니다" — 회사를 바꾸는 법의 문법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30년 된 혁신 격언에, 기업법은 조용히 토를 답니다

3줄 요약
  1. 1"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근본 혁신의 상징이지만, 회사를 실제로 '바꾸는' 데는 법이 정한 절차가 있습니다.
  2. 2무엇을 바꿀지(경영)는 자유지만, 어떻게 바꿀지(절차)는 법이 정합니다 — 분할·합병·구조조정 모두 주주총회·채권자 보호·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관문을 지나야 합니다.
  3. 3그리고 아무리 혁신해도 '절대 바꾸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 주주 보호, 이사의 충실의무, 적법절차. 회사에도 '마누라와 자식'이 있는 셈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기업 혁신의 상징으로 회자됩니다. 근본부터 다 뜯어고치라는 결기죠. 멋진 말입니다.

그런데 변호사인 저는 이 명령 앞에서 조용히 손을 듭니다. "회장님, 죄송하지만 '다'는 못 바꿉니다." 무례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바꾸는 데도 법이 정한 문법이 있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회사를 다 바꾼다'는 게 법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어떤 것은 끝내 못 바꾸는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본 글은 기업 사업재편의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기업·인물에 대한 평가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격언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경영 어록입니다.

PART 1. "다 바꾸라"의 진짜 뜻 — 혁신의 자유

먼저 공정하게, 이 말의 힘부터 인정하겠습니다. '다 바꾸라'는 건 경영의 언어로 '사업의 구조와 체질을 근본부터 재편하라'는 뜻입니다. 만드는 제품, 조직, 일하는 방식, 심지어 회사가 속한 산업까지 갈아엎으라는 거죠.

기업법도 이 자유 자체는 존중합니다.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할지, 무엇을 접고 무엇에 걸지는 원칙적으로 경영진의 판단 영역이에요. 앞서 여러 번 말씀드린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이 바로 이 자유를 지켜줍니다. 문제는 '무엇을 바꾸나'가 아니라 '어떻게 바꾸나'에서 시작됩니다.

PART 2. ★ 회사를 '다 바꾼다'는 것의 실제 — 사업재편의 법

회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표적 수단이 '사업재편'입니다. 그런데 이건 회장님 말 한마디로 되는 게 아니라, 각각 법이 정한 '길'을 지나야 합니다.

· 분할 — 회사를 쪼개는 겁니다. 세포분열이라 보시면 돼요. 기존 주주가 새 회사 주식을 비례해 나눠 갖는 '인적분할', 모회사가 새 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이 있습니다.

· 합병 —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칩니다.

· 영업양수도 — 사업(영업)을 통째로 사고팝니다.

· 지주회사 전환 —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갈아입습니다.

이 넷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부 '중요한 변화'라, 경영진 마음대로 못 하고 관문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죠.

① 주주총회 특별결의 — 대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 즉 '주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② 채권자 보호절차 — 돈 빌려준 채권자에게 알리고 이의를 들어야 합니다. 회사가 쪼개지면 빚은 누가 갚나가 걸리니까요.

③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 "나는 이 변화에 반대한다. 그러니 내 주식을 공정한 값에 사가라"고 요구할 권리. 변화가 싫은 주주에게 주는 탈출구예요.

한마디로, 바꾸는 데도 '적법한 길'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혁신이라도 이 절차를 건너뛰면 그 재편은 무효가 될 수 있어요. 혁신의 속도와 절차의 정당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 그게 이 국면의 법무입니다.

PART 3. ★ 가장 어려운 바꿈 — '사람'을 바꿀 때

'다 바꾸라'에서 가장 예민한 건 결국 사람입니다. 사업을 접고 조직을 재편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따라오죠. 그런데 여기가 법이 가장 촘촘하게 붙잡는 지점입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를 아주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허용합니다. 회사가 힘들다고 함부로 자를 수 없어요. 네 가지를 다 만족해야 합니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것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을 것(전환배치·희망퇴직 등)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정할 것

④ 근로자대표에게 미리(통상 50일 전) 알리고 성실히 협의할 것

'다 바꾸라'는 결기가 가장 세게 부딪히는 벽이 여기예요. 사업은 결의로 바꿀 수 있어도, 사람은 절차로만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요건을 놓치면 '부당해고'가 되어, 혁신이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되돌아옵니다.

PART 4. ★ 그리고 — '절대 바꾸면 안 되는 것'

이제 오늘의 핵심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은 빼라'고 한 건, 아무리 혁신해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회사에도 정확히 그런 게 있습니다.

· 주주평등·소수주주 보호 — 회사를 바꾸되, 특정 주주(특히 지배주주)만 유리하고 일반 주주가 손해 보게 해선 안 됩니다.

· 이사의 충실의무 — 이사는 '회사와 주주 전체'를 위해 일해야지,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재편을 설계해선 안 됩니다.

· 적법절차 — 주총 결의, 채권자 보호, 공시. 이 절차는 혁신의 이름으로도 생략할 수 없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보여준 대표 사례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입니다.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로 떼어낸 뒤 그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면, 정작 원래 회사(모회사)의 일반 주주는 핵심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를 쥐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죠. "회사를 바꾼다"는 명분이 '소수주주의 이익'이라는 건드리면 안 될 선을 침범한 겁니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개입했습니다. 2022년에는 이런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도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등 보호장치가 강화됐고, 최근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에게까지 더 분명히 넓히자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관련 제도는 계속 정비되는 중이라, 시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혁신은 자유지만, 그 자유가 '주주의 신뢰'와 '적법절차'라는 마지노선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혁신이 아니라 위법이 됩니다. 회사의 '마누라와 자식'은, 바로 이 주주 보호와 적법절차예요.

마치며 — 신경영의 진짜 완성은 '바꾸는 용기 + 지키는 절차'

정리하겠습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여전히 위대한 결기입니다. 하지만 법률가로서 저는 여기에 나머지 반쪽을 채워 넣고 싶습니다 — "다 바꾸되, 바꾸는 방식은 법이 정한 길로."

혁신의 자유와 절차의 구속은 대립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짝입니다. 절차를 지켜서 바꾼 변화라야 뒤탈 없이 끝까지 살아남거든요.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혁신은,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소송 한 방에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사업재편 자문에서 늘 하는 말이 있어요 — "빨리 바꾸려면, 제대로 바꾸세요."

그러니 '다 바꾸라'는 명령의 진짜 완성은, 무엇을 바꿀지 아는 용기와 무엇은 끝내 지켜야 하는지 아는 분별이 함께 설 때입니다. 바꾸는 건 경영자의 몫이고, 지켜야 할 선을 그어주는 건 — 저 같은 사람의 몫이고요.

"'다 바꾸라'고 하지만, 변호사는 '다는 못 바꿉니다'라고 답합니다. 무엇을 바꿀지는 경영의 자유지만, 어떻게 바꿀지는 법이 정하니까요. 그리고 회사에도 '마누라와 자식'이 있습니다 — 주주의 신뢰와 적법절차, 그것만은 혁신의 이름으로도 못 바꿉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기업 사업재편의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기업·인물에 대한 평가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관련 법·제도는 개정될 수 있어 시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며,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관할·준거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함께 보기 : 「M&A 할 때 왜 변호사가 필요한가」 · 「밸류업 vs 시세조종 — 형식과 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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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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