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법인을 세웠는데 왜 제 집에 압류가 붙습니까 — 방패에 구멍을 내는 다섯 번의 순간

회사와 대표는 법적으로 완전히 남입니다. 그런데 그 남남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대개 채권자가 아니라 대표 자신입니다

3줄 요약
  1. 1법인을 세운다는 것은 사업의 책임과 내 개인 재산 사이에 칸막이를 세우는 일입니다. 회사가 진 빚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갚습니다.
  2. 2그런데 현실에서는 대표가 개인 재산으로 책임지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칸막이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대부분 대표가 스스로 구멍을 냈기 때문입니다.
  3. 3그 구멍은 다섯 자리쯤에서 생깁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흔한 것은 서명 한 번으로 만들어집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법인을 세우신 대표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제 회사랑 저랑 분리된 거죠?"

맞습니다. 법적으로 회사와 대표는 완전히 남입니다. 남남이에요. 회사가 진 빚은 회사 것이고, 회사가 망해도 대표의 아파트가 자동으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주주는 자기가 낸 돈만큼만 책임지고요.

그런데 자문을 하다 보면, 그 분리가 서류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회사를 자주 봅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표님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분리돼 있다면서요.

오늘은 그 분리가 어디서 뚫리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섯 자리입니다. 그리고 다섯 개 다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 본 글은 법인격과 경영자의 책임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나 결과 예측이 아닙니다. 책임의 성립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련 법령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조세·노무 등 분야별 전문 검토가 필요하므로, 실제 사안은 반드시 개별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PART 1. 먼저 방패가 무엇인지부터 — 이건 대단한 발명입니다

구멍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방패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짚고 가겠습니다.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이 아닌 존재를 하나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이 존재는 자기 이름으로 계약하고, 자기 이름으로 돈을 빌리고, 자기 이름으로 재산을 갖습니다. 그리고 실패하면 자기 재산 범위에서 책임집니다.

이 구조가 왜 중요할까요. 이게 없으면 아무도 위험한 일을 시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이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일입니다. 실패할 확률이 상당하죠. 만약 실패할 때마다 대표의 집과 가족의 삶까지 함께 무너진다면, 웬만한 사람은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근대 이후의 자본주의는 이 칸막이를 만들었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려고요.

그러니 법인격은 세금을 아끼려고 만든 형식이 아닙니다. 실패의 범위를 미리 정해두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방패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회사와 나를 정말로 남처럼 대할 때만 방패로 작동합니다. 내 지갑처럼 쓰면서 책임질 때만 남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앞서 신탁 편에서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며, 법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선을 긋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법인격도 같은 종류의 선입니다. 그리고 그 선은 그어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켜야 유지됩니다.

PART 2. ★ 첫 번째 구멍 — 서명 한 번. 그리고 이게 가장 흔합니다

이제 구멍들입니다. 첫 번째가 압도적으로 흔하고, 압도적으로 큽니다.

연대보증입니다.

회사가 대출을 받거나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물품을 외상으로 들여올 때, 상대가 이렇게 말합니다. "대표님이 연대보증만 서주시면 됩니다."

그 순간의 분위기를 저도 압니다. 거절하면 거래가 안 될 것 같고, 어차피 회사가 갚을 건데 형식적인 절차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서명합니다.

그런데 이 서명의 정확한 의미는 이렇습니다. 회사가 못 갚으면 내가 갚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채권자가 회사에 청구하든 나에게 청구하든 마음대로 하라는 약속입니다.

연대보증인에게는 먼저 회사에 청구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그래서 채권자는 회사 사정을 살펴볼 것도 없이 대표 개인에게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즉 이 서명 하나로 방금 세운 방패가 그 채무에 관해서는 사라집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겠습니다. 연대보증이 부당한 요구인 것만은 아닙니다. 신용이 쌓이지 않은 신생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쪽 입장에서는 달리 볼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책금융 영역에서는 창업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을 없애거나 줄여온 흐름이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절대 서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 무엇에 대한 보증인지, 금액 한도와 기간이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한도도 기간도 없이 앞으로 생길 모든 채무를 포괄하는 형태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 회사가 그 채무를 갚은 뒤에 보증이 실제로 해지되는지 확인하십시오. 갚았는데 서류가 살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그리고 대표에서 물러날 때 반드시 정리하십시오. 실무에서 가장 억울한 장면이 이겁니다. 회사를 떠난 지 몇 년 됐는데 그때 그 보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보증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명제입니다. 방패에 뚫리는 가장 큰 구멍은 법이 뚫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명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PART 3. ★ 두 번째와 세 번째 구멍 — 지분, 그리고 사람

두 번째 구멍 —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

이건 좀 뜻밖이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세금 영역에는 제2차 납세의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회사가 세금을 못 낼 때, 일정 요건을 갖춘 주주에게 그 부족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구조입니다.

대상은 이른바 과점주주입니다.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넘고,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리고 책임의 범위는 대체로 그 지분 비율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이해가 갑니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세금은 회사 뒤에 숨어 안 내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죠. 다만 결과적으로, 대표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중소기업 구조에서는 이 구멍이 늘 열려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명제입니다. 지배력에는 책임이 따라옵니다. 앞서 PE와 VC 편에서 지배와 계약은 서로를 대체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세금 영역에서는 지배가 곧 책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하나 더 있는 겁니다.

세 번째 구멍 — 사람에 관한 것들

사람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대표가 회사와 별개로 직접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금이나 퇴직금이 밀리면 이건 회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뿐 아니라 사업경영을 담당하는 자도 사용자로 보고 있어서, 대표 개인이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전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에 관한 법령들은 경영을 총괄하는 사람에게 직접 의무를 지우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앞의 두 구멍은 돈으로 메울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세 번째는 형사 책임의 영역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회사가 나중에 돈을 갚아도 그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때 무엇을 가장 뒤로 미룰지를 정하는 순간, 이 차이를 알고 계셔야 합니다. 미루면 안 되는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PART 4. ★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멍 —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것

네 번째 구멍 — 회사 돈을 내 돈처럼 쓴 흔적

중소기업 실사를 하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항목이 있습니다. 대표가 회사에서 가져간 돈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계정입니다.

당장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그래서 방치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항목은 나중에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만듭니다. 세무상 불이익이 따라올 수 있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생기며, 무엇보다 회사와 대표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만듭니다.

앞서 FTX 편에서 맡은 돈과 빌린 돈은 다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 돈과 내 돈도 같습니다. 지분을 100퍼센트 갖고 있어도 회사 돈은 회사 것입니다. 내가 만든 회사라는 사실과 그 돈이 내 것이라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예요.

다섯 번째 구멍 —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것

법원은 예외적인 경우에, 회사와 개인이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다고 보아 회사 뒤에 숨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형식만 있고 실질적으로 개인 사업과 다르지 않은 경우, 또는 책임을 피할 목적으로 법인격이 이용된 경우 같은 상황이죠.

이건 아주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법리이고, 아무 때나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판단이 무엇을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회사 재산과 개인 재산이 섞여 있는지, 회사의 의사결정이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지, 회사가 회사로서 굴러가고 있는지를 봅니다.

즉 앞의 네 개 구멍이 모여 다섯 번째 구멍을 만듭니다. 회사 통장에서 개인 카드값이 나가고, 주주총회나 이사회 기록이 없고, 회사 명의 재산과 개인 재산의 경계가 흐릿하면, 그 회사는 서류상으로만 회사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명제입니다. 법인격은 등기로 만들어지고 운영으로 유지됩니다. 등기만 해두고 개인 사업처럼 굴리면, 필요한 순간에 그 방패가 없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온 명제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법은 외형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자본시장법 편에서도, 원코인 편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죠. 간판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느냐를 봅니다.

PART 5. 그래서 오늘 확인할 것들

바로 하실 수 있는 것부터 적겠습니다.

① 내가 서 있는 보증을 전부 적어보십시오

은행 대출, 사무실 임대차, 리스, 카드, 거래처 외상. 한 장에 모으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각각 한도와 기간이 있는지, 해지 조건이 무엇인지를 옆에 적으십시오. 이 한 장이 오늘 글의 가장 실질적인 결과물입니다.

② 회사 통장과 개인 통장을 분리하십시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무에서 가장 자주 어겨집니다. 회사 카드로 개인 지출을 하지 마시고, 개인 돈을 회사에 넣을 때도 반드시 기록을 남기십시오. 빌려준 것인지 자본으로 넣은 것인지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③ 대표가 가져간 돈은 미루지 말고 정리하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정리 비용이 커지는 항목입니다. 세무 전문가와 함께 계획을 세우시는 편이 좋습니다.

④ 사람과 안전에 관한 것은 순위를 앞에 두십시오

자금이 빠듯할 때 무엇을 먼저 지급할지 정하는 문제입니다. 돈으로 해결되는 것과 형사 책임이 남는 것을 구분해서 순서를 정하십시오.

⑤ 회사가 회사처럼 굴러간 기록을 남기십시오

주요 결정에 대한 이사회나 주주총회 기록, 대표와 회사 사이의 거래에 대한 문서. 앞선 여러 편에서 반복해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나중에 증명해야 하는 것은 그때그때 남긴 기록으로만 증명됩니다.

⑥ 그리고 회사를 떠날 때는 보증부터 정리하십시오

사임 등기와 보증 해지는 별개입니다. 이걸 놓치면 몇 년 뒤에 남의 회사 빚을 갚게 됩니다.

저장해 두세요 — 대표의 방패, 다섯 가지

1. 법인격은 실패의 범위를 미리 정해두는 장치다 — 세금 절약 수단이 아니다.

2. 가장 큰 구멍은 연대보증이다 — 법이 뚫는 게 아니라 내가 서명해서 만든다.

3. 지배력에는 책임이 따라온다 — 지분을 많이 가진 만큼 열리는 통로가 있다.

4. 사람과 안전에 관한 책임은 돈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 지급 순위를 정할 때 이 차이를 계산하라.

5. 법인격은 등기로 만들어지고 운영으로 유지된다 — 통장과 기록이 섞이면 방패가 얇아진다.

마치며 — 실패할 권리에 대하여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법인을 세울 때 대개 세금이나 거래상 신뢰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의 뿌리에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이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

사업은 잘 안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죄가 아니고, 원코인 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법도 망한 것을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패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선을 미리 그어둔 것이 법인격입니다.

그런데 이 선은 그어두는 것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매일 지켜야 유지됩니다. 회사 돈과 내 돈을 나누고, 결정에 절차를 남기고, 서명할 때 그 서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 번 더 읽는 일들이요.

앞서 신탁 편에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름표는 양심에 기대는 장치이고, 신탁은 양심에 기대지 않는 장치라고요. 법인격도 그런 장치입니다. 다만 스스로 그 선을 지우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만 다릅니다.

그러니 오늘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보증 목록 한 장을 만들어 보시라는 것입니다. 아마 반나절이면 되실 겁니다. 그리고 그 종이가 몇 년 뒤 가장 중요한 문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방패는 있습니다. 다만 그 방패에 구멍을 내는 사람은 대개 채권자가 아니라 대표 자신입니다.

"회사와 대표는 법적으로 완전히 남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망해도 대표의 집이 자동으로 넘어가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 방패에 구멍이 납니다 — 대부분 법이 뚫는 게 아니라 내가 서명해서 만든 구멍입니다. 법인격은 등기로 만들어지고 운영으로 유지됩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법인격과 경영자 책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나 결과 예측·보장이 아닙니다. 보증의 효력과 범위, 조세상 책임, 노무와 안전에 관한 책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내용과 지분 구조,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고 분야별 전문 검토가 필요합니다. 관련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행 전 반드시 개별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름과 실질 3부작 : ① 법인이라는 방패 · ② 프리랜서라는 이름 · ③ 권리금이라는 기회)

(함께 보기 : 「신탁은행은 돈을 굴리는 곳이 아닙니다」 · 「맡긴 돈과 빌린 돈 — FTX」 · 「창업 첫 주에 5분 만에 정한 것이, 5년 뒤 가장 비싼 문제가 됩니다」 · 「친구와 5대 5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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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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