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라임 사태에서 부실 펀드를 '만든' 곳은 운용사인데, 피해 보상은 그 펀드를 '판' 은행·증권사가 상당 부분 떠안았습니다.
- 2운용사의 손실을 판매사가 '자동으로' 지는 것은 아닙니다. 판매 과정에 '불완전판매'라는 별개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3보상은 착오취소(원금 100% 반환)·불완전판매 배상(대체로 40~80%)·자율조정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식당에서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고 해봅시다.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상식적으로는 그 음식을 만든 '주방(요리사)'이겠죠. 그런데 만약 서빙한 종업원이 "이거 오늘 아침에 들어온 신선한 재료예요"라고 자신 있게 거짓말을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종업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딱 이 구조입니다. 부실한 펀드를 '만든' 곳은 운용사(주방)인데, 정작 피해 보상은 그 펀드를 '판' 은행·증권사(서빙한 종업원)가 상당 부분 떠안았습니다. 많은 분이 여기서 고개를 갸웃하십니다. "만든 사람 잘못인데 왜 판 사람이 물어내지?" 오늘은 그 질문에 답해보겠습니다.
※ 본 글은 공개된 사실과 일반적 법리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2026년 7월 기준), 특정 회사·특정인의 위법을 단정하거나 개별 사건의 법률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PART 1. 오해부터 바로잡기 — 판매사가 '자동으로' 무는 게 아니다
먼저 흔한 오해 하나를 정리하겠습니다. 법적으로, 운용사가 낸 손실을 판매사가 '자동으로'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펀드는 원래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닙니다. 투자에는 손실 위험이 따르고, 그 위험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감수합니다. 이걸 '자기책임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증권사가 그 손실을 물어주지 않는 것과 같죠. 그러니 펀드가 부실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판매사가 무조건 배상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라임 사태에서는 왜 판매사가 그 큰돈을 물어냈을까요. 답은 '판매 과정' 그 자체에 별개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매사는 '손실'을 물어낸 게 아니라, '잘못 판 것'을 물어낸 겁니다. 이 구분이 오늘 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좋습니다.
PART 2. 그럼 언제 무나 — '불완전판매'라는 별개의 잘못
그 별개의 잘못을 법률 용어로 '불완전판매'라고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의무 위반이 문제 됩니다.
① 설명의무 위반 —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
금융상품을 팔 때는 그 상품의 위험을 고객이 이해하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 상품은 원금을 잃을 수도 있고, 돈이 오래 묶일 수도 있습니다"라고요. 그런데 그 위험은 슬쩍 감추고 "안전하게 이자 나오는 상품이에요"라고만 했다면, 설명의무를 어긴 겁니다. 음식에 견과류가 들었는데 알레르기 있는 손님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것과 같죠.
② 적합성 원칙 위반 — 안 맞는 사람에게 권한 것
고객의 투자성향·경험·재산 상태에 '맞는' 상품을 권해야 합니다. 평생 예금만 하던 고령의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밀어 넣었다면, 적합성 원칙 위반입니다. 옷가게에서 손님 체형은 보지도 않고 아무 옷이나 안겨주는 것, 아니 수영 못하는 사람 등을 떠밀어 깊은 물에 넣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두 가지가 인정되면, 판매사는 운용사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만든 죄'가 아니라 '잘못 판 죄'인 거죠.
PART 3. 보상은 어떻게 나뉘었나 — 세 갈래
그래서 라임 사태의 보상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 원금 100% 반환
일부 펀드는 "투자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았더라면 애초에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됐습니다. 이건 손해의 몇 %를 따지는 차원이 아니라, 계약의 출발점부터 잘못됐다는 뜻이라 계약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립니다. 그 결과 투자원금 100% 반환 결정이 내려졌죠. 메뉴판엔 '순한 맛'이라 적혀 있어 시켰는데 나온 게 매운맛이라면, 몇 젓가락 먹었는지 따지기 전에 주문 자체가 무효인 것과 같습니다.
②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 대체로 40~80% 수준
설명의무·적합성 위반이 인정된 경우입니다. 이땐 손해액의 일정 비율을 배상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대체로 40~80% 선이 많았고, 고령자·투자경험 부족·공격적 권유 같은 사정이 있으면 배상비율이 더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100%가 아닌 이유는, 투자에는 여전히 '자기책임'의 몫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은 판 사람과 산 사람이 그 비중대로 나눠 무는 겁니다.
③ 판매사의 자율조정
일부 금융회사는 분쟁조정을 기다리지 않고 자체 보상안을 마련해 투자자와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PART 4. 판매사가 물어낸 이유, 그리고 형사와 민사의 갈림길
라임펀드를 판매한 주요 금융회사로는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우리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이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과 법원 판단을 거치며 이러한 불완전판매가 상당수 인정되면서, 판매사들은 수천억 원 규모의 배상과 충당금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편 펀드를 부실하게 운용하거나 위법이 문제 된 일부 운용사와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이루어졌습니다. 즉 하나의 사건이 두 개의 트랙으로 갈라져 흐른 셈입니다. '만든 쪽'은 주로 형사 책임을, '판 쪽'은 민사 배상 책임을 나눠 졌습니다. 같은 사건인데 책임의 종류와 상대가 달랐던 거죠. 이 갈래를 정확히 읽는 것이, 사실 이런 사건에서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입니다.
PART 5. 라임이 바꾼 것 — "우린 전달만 했을 뿐"이 안 통하게 되다
라임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판매사의 설명의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상품을 파는 창구가 "우린 그냥 전달만 했을 뿐인데요"라며 발을 뺄 수 없게 된 거죠. 이후 금융상품 판매 규제와 내부통제가 강화됐고, 판매 과정을 기록하고 점검하는 절차도 한층 촘촘해졌습니다.
이건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에게 교훈을 남깁니다.
파는 쪽에는 — "설명은 형식이 아니라 증거"라는 것. 훗날 분쟁이 나면, '무엇을 팔았나'보다 '어떻게 설명했나'의 기록이 승패를 가릅니다.
사는 쪽에는 — "이자율만 보지 말고 위험을 물어라"라는 것. 자기책임의 원칙은, 충분히 설명받았을 때에야 비로소 온전히 적용되니까요.
실무 체크리스트 — 금융상품을 팔거나 살 때 다섯 가지
1. (판매사) 상품의 '원금 손실·환매 제한' 위험을 고객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는가.
2. (판매사) 고객의 투자성향·경험에 '맞는' 상품인가 — 적합성 확인 절차를 실제로 거쳤는가.
3. (판매사) 설명이 '했다는 형식'에 그치지 않고 '이해시켰다는 실질'에 이르렀는가.
4. (투자자) '얼마 준다'는 수익률 옆에, '무엇을 잃을 수 있나'라는 위험을 함께 물었는가.
5. (양쪽) 판매 과정이 녹취·서면 등으로 남아, 분쟁이 나면 '증거'로 쓸 수 있는가.
마치며 — 창구의 한마디는 안내가 아니라 '약속'이다
라임 사태는 '펀드가 부실해진 사건'을 넘어, '금융상품을 어떻게 파는 것이 정당한가'를 우리 사회에 물은 사건입니다. 그 답은 분명했습니다. 만든 사람은 잘 만들 책임을, 파는 사람은 정직하게 팔 책임을 진다.
운용사의 손실이 곧바로 판매사의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판매사가 위험을 감추거나 맞지 않는 상품을 떠안겼다면 — 그때는 '만든 죄'와 무관하게 '판 죄'를 집니다. 금융에서 창구의 한마디는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법적 책임이 걸린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펀드를 만든 것은 운용사였지만, 배상한 것은 판매사였습니다. 금융에서 '어떻게 파느냐'는, 무엇을 파느냐만큼이나 무거운 법적 책임입니다."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된 사실과 일반적 법리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회사·특정인의 위법을 단정하거나 개별 사건의 법률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라덕연 사태 — 좋은 기업도 주가조작의 희생양이 된다」 · 「부산저축은행은 PF가 아니라 지배구조가 무너진 사건이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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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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