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80년 미국 대법원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기름 먹는 박테리아'에 대해, 인간이 만든 살아있는 미생물도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2핵심은 '발견'과 '발명'의 경계선입니다 — 자연 그대로(발견)는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인간의 손이 닿아 자연에 없던 새 특성이 생기면(발명) 권리가 됩니다.
- 3이 경계선 하나가 제약·유전자치료·합성생물학이라는 '산업 하나'를 통째로 열었습니다. 오늘날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특허 전략도 전부 이 선 위에 서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변호사들끼리 하는 오래된 농담이 있습니다. "판사 아홉 명 중 다섯 명의 마음이, 산업 하나의 운명을 정한다." 과장 같으시죠? 그런데 오늘 소개할 판결이 딱 그렇습니다. 1980년, 미국 대법원의 판사 아홉 명이 5대 4로 갈린 그 한 표 차이가, 오늘날 수백조 원짜리 바이오 산업의 문을 열었거든요.
'미국을 바꾼 지재권 판례 3선', 그 첫 번째로 "생명을 특허낼 수 있는가"를 다룬 Diamond v. Chakrabarty 사건을 가져왔습니다. 특허라는 게 결국 무엇을 지키는 제도인지, 그 뿌리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 본 글은 해외 판례의 요지를 소개하는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기업·종목에 대한 투자권유나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PART 1. 사건 — '기름 먹는 박테리아'를 만든 엔지니어
주인공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엔지니어 아난다 차크라바티입니다. 그는 유전자를 조작해 아주 특별한 박테리아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원유(기름)를 분해해 먹어치우는' 미생물이었죠. 유조선이 기름을 쏟았을 때 바다를 정화하는 데 쓰려는 발명이었습니다. 자연에는 없던, 인간이 설계해 만든 생명체였어요.
그가 특허를 내려 하자 미국 특허청이 막아섰습니다. 이유는 단호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 예로부터 자연의 산물, 자연법칙, 추상적 아이디어는 특허를 줄 수 없다는 게 확고한 원칙이었으니까요. 박테리아는 '살아있는 것'이고, 살아있는 것은 자연의 영역이라는 논리였습니다.
PART 2. ★ 판결 — '발견'과 '발명' 사이에 그은 선
1980년, 미국 대법원은 5대 4로 특허청의 손을 놓았습니다. 버거 대법원장이 쓴 다수의견의 핵심은 이랬습니다. "차크라바티의 것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그 자신이 만든 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구분이 나옵니다. '발견'과 '발명'입니다.
· 발견 — 자연에 원래 있던 걸 찾아낸 것. 이건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습니다. 자연은 인류 공동의 것이니까요.
· 발명 — 인간의 손을 거쳐 '자연에 없던 뚜렷이 다른 특성'을 갖게 된 것. 이건 발명자의 권리가 됩니다.
차크라바티의 박테리아는 자연에 저절로 있던 게 아니라, 인간이 설계해 '기름 분해'라는 새 특성을 부여한 것이었죠. 그래서 발명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유명한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특허법의 대상은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무엇이든(anything under the sun that is made by man)"이라고요. 살아있느냐 아니냐가 기준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냐, 인간이 만든 것이냐'가 기준이라는 겁니다.
쉽게 비유해 볼까요. 땅에서 금을 '캔' 사람은 특허를 못 냅니다(발견). 하지만 그 금으로 새로운 '반지를 만든' 사람은 보호받습니다(발명). 밭에 저절로 난 사과나무는 누구의 발명도 아니지만, 접붙여 세상에 없던 새 품종을 만들어냈다면 그건 인간의 창작이죠. 대법원이 그은 선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PART 3. ★ 이 한 줄이 '산업 하나'를 열었다
여기서 제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허란 결국 '무엇을 보호할 것인가'라는 경계선 싸움이고, 그 경계선이 어디에 그어지느냐가 산업 전체의 운명을 정합니다.
Chakrabarty 판결로 '인간이 만든 생명체도 특허 대상'이라는 선이 그어지자, 그 선 안쪽으로 거대한 산업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한 미생물, 세포, 유전자치료 기술, 합성생물학…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상당 부분이 이 판결 위에 지어졌습니다. 만약 판사 한 명이 반대편에 섰다면(5대 4였으니까요), 그 산업의 특허 지형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이건 먼 나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한국의 바이오·유전자치료·합성생물 분야 기업들도 특허를 낼 때마다 정확히 이 선 앞에 섭니다. "우리 기술은 자연을 그저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발명'한 것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특허의 성패를 가릅니다. 자연 그대로에 가까우면 권리가 약해지고, 인간의 설계로 '자연에 없던 특성'을 만들어냈음을 또렷이 보여줄수록 권리가 단단해지죠. 그래서 저는 바이오 특허를 볼 때, 기술의 화려함보다 '이 발명이 자연과 얼마나 뚜렷이 다른가'를 먼저 봅니다. 그 거리가 곧 권리의 힘이거든요.
실무 체크리스트 — 바이오·소재 발명의 특허를 준비한다면 (저장해 두세요)
1. 자연 그대로와의 '차이'를 명확히 하라 — 우리 발명이 자연 상태와 무엇이 '뚜렷이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한다.
2. '발견'이 아니라 '발명'의 언어로 써라 — 찾아냈다(found)가 아니라 만들었다·설계했다(made·engineered)의 관점으로 기술한다.
3. 새 특성(기능)을 앞세워라 — 자연에 없던 새 기능·용도가 있다면 그것이 특허성의 핵심 근거다.
4. 국가별 기준 차이를 확인하라 — 특허 대상 적격성은 나라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으므로 주요 진출국 기준을 함께 검토한다.
5. 경계선은 계속 움직인다 — 이후 판례들로 기준이 변해왔으니, 최신 판례 동향을 반드시 반영한다.
마치며 — 특허의 근본 질문, "이건 자연의 것인가 당신의 것인가"
Chakrabarty 판결이 위대한 이유는 화려한 결론 때문이 아닙니다. 특허라는 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 "무엇이 자연의 것이고, 무엇이 인간의 것인가" — 을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그 선 하나를 어디에 긋느냐가, 한 산업의 존재 여부를 갈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레 다음 질문이 떠오릅니다. 생명체가 그렇다면, '소프트웨어'는 어떨까요?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코드와 알고리즘은 자연의 것일까요, 인간의 발명일까요? 이 질문에 미국 대법원이 34년 뒤 내놓은 답이,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 '앨리스 판결'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특허는 '무엇을 보호하느냐'의 경계선 싸움이고, 그 선 하나가 산업 하나를 만듭니다. 자연을 '캔' 사람은 못 갖지만, 자연에 없던 것을 '만든' 사람은 갖습니다. 발견과 발명 사이, 그 선 위에 오늘의 바이오 산업이 서 있습니다."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해외 판례의 요지를 소개하는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기업·종목에 대한 사실 진단이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판례의 판단 기준은 이후 다른 판결로 변경·구체화될 수 있으며, 특허 대상 적격성은 국가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관할·준거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미국을 바꾼 지재권 판례 3선 : ① 차크라바티(생명 특허) · ② 앨리스(소프트웨어 특허) · ③ 구글 vs 오라클(API 저작권))
(함께 보기 : 「앨리스 판결 — 소프트웨어 특허」 · 「구글 vs 오라클 — API 저작권」 · 「삼성 vs 애플 — 특허」 · 「LG vs SK — 영업비밀」 · 「크래프톤 PUBG —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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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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