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남의 '콘센트 규격'을 베끼면 도둑일까 — 소프트웨어 시대를 정의한 판결, 구글 vs 오라클

미국을 바꾼 지재권 판례 3선 ③·完 · Google v. Oracle (2021)

3줄 요약
  1. 1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며 자바 API 코드 약 11,500줄을 가져다 쓴 것을, 미국 대법원은 '공정이용(fair use)'이라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2. 2대법원은 'API가 저작물인지'는 판단을 유보하고, 그 사용이 '변형적'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3. 3핵심은 '기능적 인터페이스(API)'를 한 회사가 독점하면 세상의 호환이 막힌다는 것 — 저작권과 상호운용성 사이에 균형을 세운 판결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가운데 페달에 있는 건, 누가 그 배치를 '저작권'으로 독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회사가 '페달 배치'를 독점했다면, 우리는 차를 바꿀 때마다 운전을 새로 배워야 했겠죠. 소프트웨어에도 똑같은 '약속된 배치'가 있습니다. 바로 API입니다. 오늘은 그 API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프트웨어 시대를 정의한 판결로 3부작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본 글은 공개된 랜드마크 판례를 학습 목적으로 소개하는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법률자문이나 특정 기업 평가·투자권유가 아닙니다.

PART 1. 무슨 사건이었나 — 11,500줄의 자바 코드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자바(Java) SE의 API '선언 코드(declaring code)' 약 11,500줄을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왜냐고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미 자바 명령 체계에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규격을 그대로 이어 쓰게 해야, 개발자들이 새 플랫폼(안드로이드)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으니까요.

자바 권리를 가진 오라클이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습니다. "우리 코드를 허락 없이 베꼈다"는 것이었죠. 사건은 10년 넘게 이어져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갑니다.

PART 2. ★ 대법원의 답 — "저작물인지는 접어두고, 공정이용이다"

2021년, 대법원은 6-2로 구글의 손을 들어줍니다(브라이어 대법관 집필). 그런데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 아주 영리했어요. 대법원은 'API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인가'라는 뜨거운 쟁점은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저작물이라고 가정만 하고, 그 사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로 넘어간 거죠. 그리고 공정이용의 네 가지 기준을 이렇게 봤습니다.

· 사용의 목적·성격 — 구글은 자바를 그대로 복제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 목적으로 썼다. '변형적'이다.

· 저작물의 성격 — 선언 코드는 사용자를 다른 코드로 이어주는 '기능적' 성격이 강하다. 창작적 표현이라기보다 규격에 가깝다.

· 사용된 양 — 11,500줄은 전체 자바 API의 극히 일부(약 0.4%)이고, 개발자의 기존 숙련을 잇기 위해 필요한 만큼이었다.

· 시장에 미친 영향 — 자바를 대체했다기보다, 스마트폰이라는 새 시장을 열었다.

네 기준을 종합해, 구글의 API 복제는 공정이용이라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PART 3. ★ 쉽게 풀면 — API는 '콘센트 규격'이다

가장 어려운 단어가 API죠. 쉽게 비유하면 API는 '약속된 인터페이스', 즉 콘센트 규격이나 자동차 페달 배치 같은 겁니다. 콘센트 모양이 표준이라 어느 가전이든 꽂아 쓰고, 브레이크가 늘 가운데라 어느 차든 바로 운전할 수 있죠. 이런 '규격'은 한 회사가 독점하면 세상이 파편화됩니다.

API 선언 코드가 바로 그 규격입니다. '무엇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가'라는 약속이죠. 개발자들이 익숙한 이 규격을 새 플랫폼이 이어 쓸 수 있어야, 그들이 갈아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기능적 성격'과 '변형적 사용'에 무게를 둔 건, 이 규격을 한 회사가 통째로 잠그면 소프트웨어 세계의 호환과 경쟁이 막힌다는 걸 봤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제가 저작권 편(크래프톤 PUBG)에서 말씀드린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때 "아이디어는 못 막고 구체적 표현만 보호한다"고 했죠. 소프트웨어에서는 '기능적 인터페이스(규격)'가 바로 그 아이디어 쪽에 가깝습니다. 표현이라기보다 '누구나 이어 써야 하는 약속'에 가까우니까요. 그래서 법은 저작권 보호와 호환 사이에서, '공정이용'이라는 숨통을 터준 겁니다.

PART 4. 3부작을 한 줄로 — 같은 소프트웨어, 다른 렌즈

이 판결을 앞 두 편과 나란히 놓으면, IP의 '다층성'이 보입니다. 같은 소프트웨어라도 어떤 권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거든요.

· ① 차크라바티 — 무엇을 특허낼 수 있나? 인간이 만든 것이면 생명도 발명(문을 열다).

· ② 앨리스 — 무엇은 특허 못 내나? 추상적 아이디어에 컴퓨터만 얹은 건 발명 아님(문을 좁히다).

· ③ 구글 vs 오라클 — 소프트웨어를 '저작권'으로 보면? 기능적 인터페이스의 사용은 공정이용으로 조절.

특허의 눈, 저작권의 눈이 각각 다른 잣대(발명적 개념 / 공정이용)를 들이대는 겁니다. 그래서 기술 하나를 지키거나 활용할 때는, '어느 권리의 렌즈로 볼 것인가'부터 정해야 합니다. 렌즈가 바뀌면 답이 바뀌니까요.

실무 체크리스트 — 남의 인터페이스를 이어 쓰려 한다면

저장해 두세요. (호환·재구현 전략을 짤 때)

① 우리가 가져다 쓰는 게 '표현'인가, '기능적 규격(인터페이스)'인가?

② 그대로 복제인가, 새로운 목적·환경에서의 '변형적' 사용인가?

③ 꼭 필요한 최소한만 쓰는가, 아니면 남의 창작적 알맹이까지 가져오는가?

④ 우리 사용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는가, '새 시장을 여는가'?

⑤ 나라마다 공정이용(또는 공정거래·저작권 제한) 기준이 다르므로, 진출국별로 확인했는가?

마치며 — 3부작을 닫으며

미국을 바꾼 지재권 판례 3선을, '무엇을 특허낼 수 있나(생명) → 무엇은 안 되나(추상+컴퓨터) → 소프트웨어를 저작권으로 보면(공정이용)'으로 걸어왔습니다. 세 판결이 각각 특허와 저작권의 경계를 그으며, 오늘날 바이오·소프트웨어·AI 산업이 서 있는 법의 지반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3부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겁니다. IP는 '많이 가진 자'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경계를 정확히 아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 어디까지가 나의 발명이고, 어디부터가 만인의 규격인지 — 그 선을 아는 사람이 지킬 것을 지키고, 쓸 것을 씁니다. 그 선을 그어주는 일이, 오늘도 제가 하는 일이고요.

"API는 소프트웨어 세계의 '콘센트 규격'입니다. 규격을 한 회사가 독점하면 세상이 파편화되죠. 그래서 법은 '공정이용'으로 숨통을 텄습니다 — IP는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경계를 정확히 아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니까요."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된 미국 판례를 학습 목적으로 소개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법률자문이나 특정 기업 평가·투자권유가 아닙니다. 구글·오라클은 판결 당사자로서 사실만 서술했습니다. 미국 제도(공정이용 등)는 우리 제도와 다르며,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관할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미국을 바꾼 지재권 판례 ① 차크라바티 — 생명 특허」 · 「② 앨리스 — 소프트웨어 특허」 · 「크래프톤 PUBG — 아이디어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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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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