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5년 키운 가게 이름을, 어제 출원한 사람이 가져갑니다

사업자등록도 상호등기도 상표권이 아닙니다. 이 셋을 같은 것으로 알고 계셨다면 오늘 꼭 읽어주세요

3줄 요약
  1. 1사업자등록, 상호등기, 상표권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앞의 둘은 내 이름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2. 2우리 상표 제도는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줍니다. 그래서 5년을 키운 가게가 어제 출원한 사람에게 밀릴 수 있습니다.
  3. 3먼저 쓰던 사람을 위한 구제가 있긴 합니다. 다만 그건 계속 쓸 수 있게 해주는 방패이지, 남을 막는 창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가게를 열 때 다들 비슷한 순서를 밟습니다. 이름을 짓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겹치는 데가 없나 확인하고, 사업자등록을 냅니다. 그리고 안심하죠. 이제 이 이름은 내 것이라고요.

그런데 방금 하신 그 세 가지 중에, 이름을 지켜주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대부분 당황하십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시점이 대개 내용증명을 받은 다음입니다. 오늘은 그 전에 알아두시면 좋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본 글은 상표 제도와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결과 보장이 아닙니다. 상표의 등록 가능성과 분쟁의 결론은 표장의 내용, 사용 실태,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안은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PART 1. 셋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먼저 헷갈리는 셋을 정리하겠습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걸로 아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 사업자등록 — 세무서에 "제가 이런 사업을 합니다"라고 신고한 것입니다. 세금을 내기 위한 절차예요. 이름에 대한 권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 상호등기 — 등기소에 회사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같은 관할 안에서 동일한 상호를 쓰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효력이 있을 뿐, 전국적으로 내 이름을 독점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 상표권 — 특허청에 출원해서 심사를 통과하고 등록받은 권리입니다. 지정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전국적으로 독점적인 권리가 생깁니다.

집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사업자등록은 주민등록이고, 상호등기는 대문에 단 문패이고, 상표권은 등기부입니다. 문패를 달았다고 그 집이 내 것이 되지 않죠.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가야 내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이런 대화가 자주 오갑니다. "저 사업자등록 냈는데요." "그건 세무서에 신고하신 거고요, 이름에 대한 권리는 특허청에서 나옵니다."

PART 2. ★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이 임자입니다

이제 핵심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가장 억울해하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우리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서로 다른 날에 여럿이 출원하면, 먼저 출원한 사람이 등록을 받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준이 사용이 아니라 출원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5년 동안 그 이름으로 장사를 해서 동네에 알려놓았는데, 어제 그 이름을 출원한 사람이 등록을 받고 나서 내게 그만 쓰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요.

억울하시죠. 그런데 왜 이런 제도일까요.

사용을 기준으로 삼으면 매번 누가 먼저 썼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증명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간판을 언제 달았는지, 그때 그 이름이 지금과 같았는지, 어느 범위에서 알려졌는지. 다툼이 끝나지 않습니다.

반면 출원일은 다툴 여지가 없습니다. 특허청에 접수된 시각이 분 단위로 남으니까요. 그래서 이 제도는 정의롭기 때문이 아니라 명확하기 때문에 채택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정리하시면 됩니다. 상표 제도는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움직인 사람을 위한 제도입니다.

앞서 여러 편에서 권리는 만든 사람이 아니라 절차를 밟은 사람에게 간다는 이야기를 반복해 왔는데, 상표는 그 원칙이 가장 냉정하게 적용되는 분야입니다.

PART 3. 그럼 먼저 쓴 사람은 아무것도 없을까 — 두 개의 구제

다행히 법이 그렇게까지 매정하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 장치가 있습니다.

첫째, 계속 쓸 권리

상표법 제99조는 선사용에 따라 계속 사용할 권리를 정하고 있습니다. 남이 등록하기 전부터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그 상표를 써온 사람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그 상품에 대해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름을 정확히 읽으셔야 합니다. 계속 사용할 권리입니다. 즉 나는 계속 쓸 수 있지만, 등록한 사람이 다른 데서 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방패이지 창이 아니에요. 그리고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을 내가 증명해야 합니다.

둘째, 부정한 목적의 출원 막기

상표법 제34조는 등록받을 수 없는 상표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에 이런 유형이 있습니다. 타인이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널리 알려놓은 상표라는 것을 알면서, 그 명성에 편승하거나 손해를 입힐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하는 경우요.

이건 이른바 상표를 선점해 두고 돈을 요구하는 행태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두 구제 모두 공통된 벽이 있습니다. 내 상표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는 것, 또는 내가 먼저 정당하게 써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증명이 동네에서 조용히 장사해 온 가게에는 특히 어렵습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라면 몰라도요. 그래서 저는 이 구제를 안전망 정도로 설명드립니다.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기에 기대고 사업하실 일은 아닙니다.

PART 4. ★ 그래서 언제 무엇을 해야 하나

실용적인 부분으로 가겠습니다.

① 이름을 정하기 전에 검색하십시오

특허정보 검색 서비스에서 누구나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예요. 같은 이름이 이미 등록돼 있는가, 그리고 비슷한 이름이 있는가. 상표는 똑같지 않아도 비슷하면 걸립니다. 발음이 비슷하거나 뜻이 비슷하거나 생김새가 비슷하면 문제가 됩니다.

간판을 만들고 인테리어를 하고 명함을 찍은 다음에 확인하면, 이미 되돌리기에 비용이 큽니다. 이름을 확정하기 전이 가장 싼 시점입니다.

② 문을 열기 전에 출원하십시오

많은 분이 자리를 잡은 다음에 출원을 생각하십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먼저 출원한 사람이 임자인 제도에서, 알려진 다음에 출원하는 건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사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권리의 기준이 되는 것은 출원일이니, 일단 출원해 두면 그날로 줄을 선 셈이 됩니다.

③ 지정상품을 어떻게 잡을지 함께 정하십시오

상표권은 모든 분야에 통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에 쓸 것인지를 지정해서 그 범위에서만 권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사업뿐 아니라 가까운 시일에 넓힐 영역까지 함께 보셔야 합니다. 카페로만 지정해 두었는데 나중에 소스를 만들어 팔게 되면, 그 부분은 비어 있게 되거든요.

④ 사용 증거를 쌓아두십시오

간판 사진, 메뉴판, 광고물, 홍보 게시물, 매출 자료. 가능하면 날짜가 함께 남는 형태로 보관하십시오. 앞서 여러 편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권리는 결국 그때그때 남긴 기록으로 증명됩니다.

⑤ 이름과 함께 계정도 챙기십시오

도메인, 소셜미디어 계정, 배달앱이나 예약 플랫폼의 상호 표기까지 함께 확보해 두십시오. 앞서 호텔 편에서 인수 실사 때 가장 자주 누락되는 항목이 계정 명의라고 말씀드렸는데, 작은 가게에서도 똑같이 문제가 됩니다.

PART 5. 이미 남이 등록해 버렸다면

순서대로 검토합니다.

먼저 내가 먼저 써왔다는 사실과 그 시점을 정리합니다. 앞서 말한 계속 사용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다음으로 상대의 등록에 문제가 없는지 봅니다.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정황이 있는지, 등록에 다툴 만한 사유가 있는지요.

그리고 실무에서 꽤 강력한 카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등록만 해두고 실제로는 쓰지 않는 상표는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그 대상이에요. 이름을 미리 잡아두고 쓰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요구만 하는 경우에 검토해 볼 만합니다.

협상도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상표권을 넘겨받거나, 사용 허락을 받는 것이죠. 감정적으로는 내키지 않지만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합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지는 이름을 바꾸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들리시겠지만, 사업이 아직 초기라면 이게 가장 저렴한 답일 때가 있습니다. 5년 뒤에 바꾸는 것보다 지금 바꾸는 게 훨씬 쌉니다.

저장해 두세요 — 이름을 지키는 다섯 가지

1. 사업자등록과 상호등기는 이름을 지켜주지 않는다 — 이름에 대한 권리는 특허청에서 나온다.

2.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이 임자다 — 알려진 다음에 출원하는 건 늦을 수 있다.

3. 이름을 확정하기 전에 검색하라 — 간판을 만든 다음이 아니라 그 전이 가장 싸다.

4. 지금 하는 사업뿐 아니라 넓힐 영역까지 지정하라 — 권리는 지정한 범위에서만 생긴다.

5. 안 쓰는 등록상표는 취소를 구할 수 있다 — 선점해 두고 요구만 하는 경우 검토할 카드다.

마치며 — 이름은 나중에 가장 비싼 자산이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상표 제도는 먼저 쓴 사람보다 먼저 움직인 사람의 편입니다. 야박해 보이지만, 그래야 다툼이 끝나기 때문에 그렇게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야박함이 오히려 기회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출원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름을 정하기 전에 한 번 검색하고, 문을 열기 전에 한 번 출원하는 것. 그 두 번의 수고로 나중에 벌어질 일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앞서 향수 편에서 브랜드는 갱신하는 한 만기가 없는 유일한 권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특허는 20년이면 끝나고 영업비밀은 새면 끝나지만, 이름은 지키는 한 계속 내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값이 오르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그 자산이 가장 값싸게 확보되는 시점이 사업의 가장 초기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닐 때 확보하면 쉽고, 값어치가 생긴 다음에 확보하려면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가게 이름을 짓느라 며칠을 고민하셨다면, 그 이름을 지키는 데는 하루만 더 쓰시면 됩니다. 순서만 바꾸면 되는 일입니다.

"사업자등록은 세무서에 낸 신고이고 상호등기는 대문에 단 문패입니다. 등기부에 해당하는 건 상표권 하나뿐이에요. 그리고 이 제도는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움직인 사람의 편입니다 — 야박하지만, 그래서 예측이 가능합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상표 제도와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등록·승소를 보장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상표의 유사 판단, 선사용에 따른 권리의 인정, 등록의 취소나 무효 여부는 표장의 구체적 내용과 사용 실태,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고, 관련 법령과 심사 기준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샤넬 No.5에는 왜 특허가 없을까 — 특허냐 영업비밀이냐」 · 「호텔을 샀는데 간판은 못 샀습니다」 · 「제안서만 보내고 연락이 끊겼습니다 — 아이디어 탈취」)

#상표#상표권#상표등록#상표출원#선출원주의#상호등기#사업자등록#상표선점#선사용권#불사용취소심판#상표분쟁#브랜드#가게이름#상호#자영업#소상공인#스타트업#창업준비#키프리스#지정상품#도메인#상표침해#내용증명#브랜드보호#변리사출신변호사#유연의기업법노트#법무법인리브로#유연변호사

※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같은 시리즈

유연의 기업법 노트

전체 목록 →
유연의 기업법 노트

특허증은 국경에서 멈춥니다 — 수출을 시작하는 순간 시작되는 열두 달

국내 등록증을 들고 계셔도 국외에서는 아무것도 막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내 이름을 이미 남이 등록해 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유연의 기업법 노트

투자 계약 직전에 터지는 지식재산 문제 — 실사에서 반드시 나오는 아홉 개의 질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2주 전에 발견되면, 그 문제는 협상 카드가 됩니다. 그때는 이미 우리 쪽에 시간이 없습니다

유연의 기업법 노트

지식재산에는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날짜가 있습니다 — 오늘 세어 보셔야 할 열 개의 시계

권리를 못 받는 이유의 상당수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날짜가 지나서입니다. 그리고 그 날짜는 대부분 조용히 지나갑니다

유연의 기업법 노트

자사주를 샀다는데 왜 안 오릅니까 — 매입과 소각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사놓고 없애지 않으면 그 물량은 회사 금고에 남습니다. 언젠가 다시 나올 수 있고, 그때 누구에게 가느냐가 지배구조의 문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