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블록체인이 없는 '블록체인'을 팔았다 — 원코인이 남긴 하나의 질문

사업 실패와 사기는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가르는 건 딱 하나, 검증 가능성이에요

3줄 요약
  1. 1원코인의 결정적 문제는 코인 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거래를 검증할 공개 블록체인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2. 2그래서 이건 '사업 실패'가 아니라 '사기'의 영역입니다. 둘은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이 다릅니다 — 실패는 있는 것을 팔았는데 안 된 것이고, 사기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고 판 것이죠.
  3. 3한국에서 이런 구조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사기죄가 먼저 걸립니다. 새 자산에는 법이 늘 늦게 도착하고, 그 시차가 사기의 서식지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이거 블록체인 맞나요?"라고 물었을 때, 가장 위험한 대답이 뭘까요?

"네, 저희 서버에 전부 기록돼 있습니다."

이 답을 들었다면 그 순간 대화를 멈추셔야 합니다. 서버에 기록돼 있는 건 블록체인이 아니라 그냥 남의 엑셀 파일이거든요. 오늘 이야기할 사건이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앞서 크립토 편들에서 비트코인이 왜 금융 인프라인지, 스마트컨트랙트가 왜 계약과 다른지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편을 보겠습니다. 암호화폐를 표방했지만 정작 암호화폐가 아니었던 것 — 원코인(OneCoin)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코인 이야기가 아니라, 훨씬 오래된 법의 질문입니다. 사업이 망한 것과 사기를 친 것은 무엇이 다른가.

※ 본 글은 공개 보도된 해외 사건을 형사·금융 법리 학습 목적으로 재구성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자산의 매매 권유나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아래 사실관계는 각국 수사·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른 것이며, 재판을 받지 않은 관계자의 형사책임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PART 1. 무슨 일이 있었나 — 공개된 사실만

원코인은 2014년 무렵부터 전 세계로 퍼진 사업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비트코인을 뛰어넘을 암호화폐"로 홍보했고, 회원들에게 이른바 교육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코인을 함께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기존 회원이 새 회원을 데려오면 수당을 받는 구조가 얹혀 있었죠.

핵심은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코인에는 거래를 검증할 수 있는 공개 블록체인이 존재하지 않았고, 회사 내부 데이터베이스의 수치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독립적인 거래소 상장도,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도 없었고요.

관계자들은 여러 나라에서 사기,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수사·기소됐습니다. 이 중 일부는 유죄를 인정하거나 선고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다만 '크립토 퀸'으로 불린 공동창업자 루야 이그나토바는 기소된 뒤 행방이 알려지지 않아 재판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의 형사책임은 확정된 바 없고, 저도 여기서 개인에 대한 유죄를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피해 규모로 거론되는 숫자들도 자료마다 편차가 커서 옮기지 않겠습니다. 오늘 볼 것은 금액이 아니라 구조니까요.

PART 2. ★ 블록체인의 본질은 '탈중앙'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다

먼저 개념을 정확히 잡아야 이 사건이 보입니다.

블록체인을 설명할 때 대개 '분산 저장'이나 '탈중앙'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법률가에게 결정적인 속성은 따로 있어요. 바로 누구나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이 값어치를 갖는 이유를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그 회사를 믿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떤 재단이나 대표를 신뢰할 필요 없이, 장부를 내가 직접 열어볼 수 있으니까요. 신뢰를 사람에게 두지 않고 구조에 옮겨 놓은 겁니다. 앞서 「비트코인은 코인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다」 편에서 말씀드린 게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원코인은 이걸 정확히 뒤집었습니다. 확인은 회사만 할 수 있었고, 회원은 회사가 보여주는 화면을 볼 뿐이었죠. 그렇다면 그건 암호화폐가 아닙니다. 암호화폐의 겉모습을 한 회원 관리 프로그램이에요.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놀이공원이 자유이용권을 팔면서 이름을 '토큰'이라고 붙였다고 해봅시다. 그 토큰의 값어치는 놀이공원이 정합니다. 몇 장이 발행됐는지도 놀이공원만 압니다. 놀이공원이 문을 닫으면 그건 그냥 종이가 되고요. 이걸 자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니죠. 그건 자산이 아니라 그 놀이공원에 대한 약속입니다.

여기서 오늘의 첫 번째 명제가 나옵니다.

확인할 수 없는 자산은 자산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약속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예금도 은행에 대한 약속이고, 채권도 발행자에 대한 약속이에요. 다만 약속에는 상대방이 있고, 그 상대방이 무너지면 함께 무너집니다. 그래서 약속을 살 때는 상대가 누구인지를 봐야 하죠. 문제는 원코인이 스스로를 약속이 아니라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 자산'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성격을 반대로 말한 겁니다.

PART 3. ★ 사업 실패와 사기 —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이 다르다

이제 핵심으로 가겠습니다.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전부 사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사기가 아니에요.

법은 '망한 것'을 처벌하지 않습니다. 사업은 망할 수 있고, 망하는 것이 죄라면 아무도 창업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앞서 「다 바꾸라」 편에서 본 경영판단의 원칙이 존재하는 거고요. 경영진이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성실히 판단했다면, 결과가 나빠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이게 없으면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서 갈릴까요. 우리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대체로 이런 흐름을 요구합니다. 상대를 속이고(기망), 그로 인해 상대가 착각에 빠지고, 그 착각 상태에서 재산을 넘기고(처분행위), 그 결과 이익이 이전되는 것.

여기서 결정적인 단어가 첫 번째입니다. 기망. 즉 법이 보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판매하던 시점에 무엇을 말했는가입니다.

· 사업 실패 — 있는 것을 팔았는데 시장이 받아주지 않았다. 결과가 나쁜 경우입니다.

· 사기 — 없는 것을 있다고 하고 팔았다. 시작이 나쁜 경우입니다.

같은 손실이라도 이 둘은 전혀 다른 사건이에요. 그리고 원코인이 세계적인 사례로 남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술이 있었는데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라, 홍보의 핵심이었던 그 기술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 덧붙이면, 이런 사건에서 승부를 가르는 증거는 피해 규모가 아니라 내부 자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실제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 알면서도 다르게 말했는지. 손실의 크기는 양형에서 중요하지만, 유무죄를 가르는 건 판매 시점의 인식이거든요.

제가 이 시리즈에서 계속 반복한 명제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법은 외형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밸류업과 시세조종을 가른 것도, 총수의 장내매수를 정당한 신호로 본 것도 같은 원리였죠. 이름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었느냐입니다.

PART 4. ★ 한국이라면 어떤 그물에 걸리나

해외 보도를 보면 전신사기 같은 낯선 죄명이 나옵니다. 미국에는 통신수단을 이용한 사기를 폭넓게 잡는 그물이 있거든요. 그럼 같은 구조가 한국에서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이 실무적으로 가장 쓸모 있는 대목입니다.

①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대개 가장 먼저 걸리는 법입니다. 인가나 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원금 또는 그 이상의 지급을 약속하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합니다.

주목할 점은 이겁니다.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아도 걸린다는 것. 사기죄는 누군가 속아서 돈을 넘겨야 성립하지만, 유사수신은 그렇게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금지합니다. 그래서 코인 사건에서 수사의 첫 단추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원금은 보장된다", "매달 몇 퍼센트를 준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 법의 사정권입니다.

② 형법 사기죄와 가중처벌

앞서 본 제347조가 기본이고,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됩니다.

③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원코인처럼 회원이 회원을 데려오고 수당이 내려가는 구조라면 다단계판매 규제가 함께 검토됩니다. 등록 없이 다단계로 판매하거나, 사행적인 방식으로 판매원을 모집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습니다.

④ 자금세탁과 사업자 규제

범죄수익을 숨기고 옮기는 부분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가상자산 사업 자체에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가 걸립니다.

⑤ 그리고 자본시장법 — 여기가 미묘합니다

주식이었다면 곧바로 자본시장법의 불공정거래 규제에 걸렸을 행위들이, 코인이라는 이유로 곧장 적용되지 않는 구간이 오래 있었습니다. 가상자산이 그 법의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만 아예 닿지 않는다고 말하면 부정확합니다. 코인 판매의 실질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평가되면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수 있고, 실제로 그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사안마다 다투어져 왔습니다. 즉 자동으로 적용되지도, 자동으로 배제되지도 않고 실질을 따져 판단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확실한 구간을 메우기 위해 2024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도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같은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조항이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오늘의 두 번째 명제가 나옵니다. 새로운 자산이 등장하면, 법은 언제나 늦게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시차가 사기의 서식지가 됩니다.

앞서 미국 판례 3선에서 "경계선 하나가 산업 하나를 만든다"고 했죠. 여기서는 반대입니다. 경계선이 아직 그어지지 않은 공백이, 한동안 범죄의 터전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자산군을 볼 때 "규제가 없어서 자유롭다"는 말을 가장 경계합니다. 규제가 없다는 건 자유롭다는 뜻이 아니라, 보호도 없다는 뜻이거든요.

PART 5. 그래서 무엇을 보아야 하나 — 질문 세 개

법 이야기를 길게 했으니, 실제로 쓸 수 있는 판별 질문으로 정리하겠습니다. 특정 자산을 사라거나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를 읽는 방법입니다.

①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가

회사에 묻지 않고, 회사 화면이 아닌 곳에서, 내 잔고와 거래 내역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 못 한다면 그건 그 회사에 대한 채권이지 자산이 아닙니다. 채권이 나쁜 게 아니라, 채권을 자산이라 부르며 판 것이 문제입니다.

② 돈이 어디에서 오는가

수익의 출처가 사업 매출인가, 아니면 뒤에 들어온 사람의 납입금인가. 이걸 구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아무도 데려오지 않아도 같은 수익이 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답이 아니라면, 그건 상품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③ 왜 서두르는가

"곧 상장된다", "이번 주까지만" 같은 말이 반복된다면 한 번 멈추실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값어치가 있는 자산은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급한 건 대개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이에요.

실무 체크리스트 — 새로운 자산을 검토한다면 (저장해 두세요)

1. 독립 검증부터 확인하라 — 회사 서버에서만 확인되는 자산은 자산이 아니라 약속이다. 약속이라면 상대가 누구인지를 본다.

2. 수익의 출처를 물어라 — 사업 매출인가, 신규 가입자의 돈인가. "아무도 데려오지 않아도 같은 수익이 나는가"로 검산한다.

3. '원금 보장'과 '확정 수익'은 경고음이다 —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사정권이다. 피해가 나기 전에도 걸린다.

4. 추천 수당이 핵심이면 다단계 규제를 함께 본다 —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등록·모집 규제가 따라온다.

5. 규제 공백을 안전으로 오해하지 마라 — 법이 늦게 도착한 영역에서 규제가 없다는 것은, 보호도 없다는 뜻이다.

마치며 — 기술이 아니라 진술을 본다

정리하겠습니다. 원코인 사건이 남긴 교훈은 "코인은 위험하다"가 아닙니다. 그렇게 읽으면 절반도 못 건집니다. 진짜 교훈은 이겁니다. 법이 문제 삼는 것은 기술의 성패가 아니라 판매 시점의 진술이라는 것.

블록체인 기술을 진지하게 시도했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는 무수히 많고, 그건 사기가 아닙니다. 반대로 아무리 그럴듯한 홈페이지와 화려한 행사가 있어도, 있다고 말한 것이 없었다면 그건 처음부터 다른 사건입니다. 결과가 나빠서 죄가 되는 게 아니라, 시작이 거짓이라 죄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새로운 기술 사업을 검토할 때 늘 같은 순서로 봅니다. 기술이 대단한가를 먼저 묻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사실인가, 그리고 그 사실을 내가 회사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가를 먼저 봅니다. 확인할 수 있으면 그다음에 기술을 이야기하면 되고, 확인할 수 없으면 기술 이야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학부에서 공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태도가 하나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주장하지 말라는 것. 법에서도 다르지 않더군요. 검증할 수 없는 것을 검증된 것처럼 말하는 순간, 그건 기술의 문제에서 진술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진술의 문제는 언제나 법의 영역입니다.

"'이거 블록체인이에요?'라는 물음에 '저희 서버에 다 기록돼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오면, 그건 블록체인이 아니라 남의 엑셀 파일입니다. 확인할 수 없는 자산은 자산이 아니라 약속이에요. 그리고 사업 실패와 사기는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이 다릅니다 — 있는 걸 팔았는데 안 된 것과, 없는 걸 있다고 하고 판 것."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 보도된 해외 사건을 형사·금융 법리 학습 목적으로 재구성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자산의 매매 권유나 투자 자문,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각국 수사·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내용과 언론 보도에 따른 것으로, 재판을 받지 않은 관계자의 형사책임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피해 규모 등 수치는 자료마다 달라 본문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법령은 계속 정비되고 있어 시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와 관련 법령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함께 보기 : 「비트코인은 코인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다」 · 「스마트컨트랙트 — 코드는 법인가」 · 「라덕연 사태」 · 「라임 사태」 · 「밸류업 vs 시세조종 — 형식과 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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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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