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노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 가려는 후배에게 — 선배가 미리 그려주는 '커리큘럼 지도'

스무 해 전 아무도 안 알려줘서 헤맸던 사람이,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어 쓰는 글

3줄 요약
  1. 1전기정보공학부는 4년간 총 130학점 — 2학년은 '공통 기초'로 뿌리를 내리고, 3학년부터 여섯 개 세부 분야로 갈라집니다.
  2. 2핵심은 '순서'입니다. 물리·수학 → 회로·전자기학 → 전자회로로 이어지는 선수과목의 사슬을 놓치면 3~4학년이 통째로 꼬입니다.
  3. 3요즘 커리큘럼엔 AI(딥러닝·기계학습·컴퓨터비전)가 깊이 들어왔습니다. 이 학부는 반도체부터 AI, 그 너머까지 열려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오늘은 변호사가 아니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먼저 다닌 '선배'로서 글을 씁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제가 스무 해쯤 전 이 학부에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이런 걸 미리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과목을 언제 들어야 하는지, 3학년 때 무슨 갈림길이 오는지… 그냥 부딪히며 배웠고, 그만큼 헛발질도 많았습니다. '누가 딱 한 번만 지도를 그려줬다면 훨씬 덜 헤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오래 남았죠.

그래서 2026학년도 교과목 안내책자를 펼쳐, 이 학부에 오고 싶은 후배들을 위해 그 지도를 대신 그려봅니다. 제 때와는 많이 바뀌었더군요. 특히 AI가 이렇게 깊이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큰 그림 — 4년, 130학점의 얼개

먼저 큰 그림입니다. 졸업하려면 4년간 총 130학점을 채웁니다. 요즘 학번 기준으로 나눠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 수학·과학·전산(MSC) 53학점 — 미적분·물리·공학수학·전산 같은 '기초 체력'

· 전공 57학점 — 전기정보공학의 본체

· 공과대학 공통 전공 6학점

· 기초 소양·교양 등 나머지

제가 다니던 시절보다 수학·과학·전산과 전공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그만큼 기초를 탄탄히 요구한다는 뜻이죠. (참고로 학부 이름도 제 때는 '전기공학부'였는데, 2011학번부터 '전기·정보공학부'로 바뀌었습니다. 이름에 '정보'가 들어온 게 꽤 상징적입니다.)

2학년 — 뿌리를 내리는 해 (여기서 갈래는 없다)

1학년은 대개 물리·수학 같은 기초를 공대 공통으로 닦습니다. 진짜 전공의 시작은 2학년입니다. 이때는 '공통 기초'라, 아직 갈래 없이 다 같이 배웁니다. 이게 나무의 뿌리라, 여기서 부실하면 위층이 전부 흔들립니다.

· 기초회로이론 및 실험 — 회로의 알파벳

· 기초전자기학 및 연습 — 눈에 안 보이는 전자기장을 다루는 법

· 선형대수 / 확률변수 및 확률과정의 기초 — 이후 모든 걸 떠받치는 수학 (확률은 2026학년도부터 3학년에서 2학년 2학기로 당겨졌습니다)

· 프로그래밍방법론 / 자료구조의 기초 — 소프트웨어의 기본기 (프로그래밍방법론은 이제 전공필수 4학점으로 무게가 커졌습니다)

· 논리설계 및 실험 — 디지털의 기초

전기'정보'공학부답게, 하드웨어(회로·전자기)와 소프트웨어(프로그래밍·자료구조)를 2학년 때 양손에 다 쥐여줍니다. 둘 중 하나를 미리 버리지 마세요. 나중에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거든요.

★가장 중요한 이야기 — '선수과목'이라는 사슬

여기서 제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스무 해 전 바로 이 지점에서 헤맸거든요.

이 학부의 과목들은 '순서'가 있습니다. 레고처럼, 아래 블록을 끼워야 위 블록이 올라갑니다.

· 물리학2·공학수학을 들어야 → 기초회로이론·기초전자기학을 들을 수 있고

· 그 둘을 들어야 → 기초전자회로를 들을 수 있고

· 공학수학1을 들어야 → 신호 및 시스템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사슬(선수과목)을 무시하고 순서를 건너뛰면, 정작 3~4학년 때 듣고 싶은 과목의 문이 안 열립니다. 한 학기가 통째로 밀리기도 하죠. '지금 이 과목이 나중에 무엇의 열쇠가 되는가'를 1·2학년 때 미리 아는 것 — 그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첫 번째 비결입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반년을 돌아갔습니다. 후배님은 그러지 마세요.

3학년 — 드디어 길이 여섯 갈래로 갈라진다

3학년이 되면 길이 갈라집니다. 전기정보공학부는 크게 여섯 개의 세부 분야로 나뉩니다. 모두를 조금씩 맛본 뒤, 마음 가는 곳을 깊이 파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 반도체 — 전자회로·반도체소자. 요즘 세상에서 제일 뜨거운 분야죠.

· 전기에너지 — 전력·에너지시스템·전력전자.

· 전자물리 — 전자기학·양자역학의 응용. 물리에 가장 가까운 갈래.

· 통신 — 신호 및 시스템·통신의 기초·데이터통신망.

· 제어계측 — 제어공학. 로봇·자동화의 뿌리.

· 컴퓨터 — 컴퓨터조직론·알고리즘·시스템 프로그래밍.

한 분야만 반드시 골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두세 분야를 걸치는 사람이 많고,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곤 합니다. 반도체와 컴퓨터를 걸치면 AI 반도체가, 통신과 컴퓨터를 걸치면 네트워크가 보이는 식으로요.

4학년 — 심화, 그리고 AI가 들어온 풍경

4학년은 각 분야의 심화와, 배운 걸 한데 모아 직접 만들어보는 '전기공학설계프로젝트(캡스톤)'가 중심입니다. 그리고 제가 책자를 보며 가장 놀란 지점 — AI가 커리큘럼 곳곳에 들어와 있습니다.

· 딥러닝의 기초(공과대학 공통), 기계학습 기초, 컴퓨터비전의 기초, 지능시스템개론

· 심지어 'AI를 활용한 front-end 개발' 같은 특강까지

· 반도체엔 아날로그·디지털 집적회로, 통신엔 정보이론·디지털신호처리, 제어엔 로봇공학·최신제어기법

제 때는 상상도 못 한 풍경입니다. 이제 이 학부는 '전기'와 '정보'와 'AI'가 한 몸으로 굴러갑니다. 어느 분야를 가든 AI와 프로그래밍이 공용어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선배가 미리 남기는 다섯 가지 당부

스무 해 전 누가 제게 해줬으면 했던 조언을, 그대로 남깁니다.

1. 1·2학년 기초(물리·수학·회로)를 절대 대충 넘기지 마세요. 위층 전부의 지반입니다.

2. 선수과목 사슬을 미리 '지도'로 그려두세요. 이 과목이 무엇의 열쇠인지 아는 게 반년을 아낍니다.

3. 3학년 분야 선택을 너무 서둘러 좁히지 마세요. 여러 갈래를 걸쳐본 사람이 결국 멀리 갑니다.

4. AI·프로그래밍을 '남의 것'으로 미루지 마세요. 이제 어느 분야를 가든 기본 언어입니다.

5. 그리고 — 이 전공이 꼭 엔지니어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제가 산 증인입니다.)

마치며 — 여기서 배우는 건 '전기'가 아니라 '세상을 구조로 읽는 법'입니다

저는 이 학부를 나와 변리사가 됐고, 변호사가 됐고, 지금은 금융까지 배우고 있습니다. 전기정보공학부에서 익힌 '복잡한 것을 구조로 분해해 논리로 읽는 힘'은, 회로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법에서도, 금융에서도, 제가 가본 그 어디에서도 통하더군요.

그러니 이 학부를 꿈꾸는 후배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여기서 배우는 건 '전기'만이 아니라 '세상을 구조로 읽는 법'입니다. 그 힘은 반도체로도, AI로도, 그리고 제가 걸어온 전혀 다른 길로도 뻗어나갑니다. 부디, 제가 겪은 시행착오는 건너뛰고 더 멀리까지 가시길 바랍니다. 이 지도가 그 길에 아주 작은 등불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학부에서 배우는 건 '전기'가 아니라 '세상을 구조로 읽는 법'입니다. 그 힘은 반도체로도, AI로도, 아무도 예상 못 한 길로도 뻗어나갑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동문)

※ 본 글의 커리큘럼 정보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2026학년도 교과목 안내책자'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며, 세부 사항은 학번·연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학부 공식 홈페이지(ece.snu.ac.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기 : 「물리에서 법으로 — 전기공학도는 왜 법정에 서는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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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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