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지분이 적을수록 계약서가 두꺼워집니다 — PE와 VC, 사촌처럼 보이지만 정반대인 두 자본

뼈대는 같습니다. 그런데 위험을 다루는 방향이 반대이고, 실패했을 때 다치는 사람도 다릅니다

3줄 요약
  1. 1PE와 VC는 펀드 구조도, 보수 체계도, 회수로 돈을 번다는 점도 같습니다. 사촌지간이죠. 그런데 위험을 다루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2. 2변호사 눈에 가장 또렷한 차이는 계약서의 두께입니다. 지배력을 가진 쪽은 계약이 짧고, 못 가진 쪽은 길어집니다. 힘이 없는 쪽이 계약으로 힘을 만들거든요.
  3. 3그리고 실패했을 때 다치는 사람이 다릅니다. 빚을 쓰면 손실이 투자자 울타리 밖으로 흘러나가니까요. PE에 비판이 몰리는 건 도덕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직업병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계약서 두께만 보고 그 거래의 성격을 짐작하는 버릇이요.

두꺼우면 대개 사는 쪽이 불안한 거래입니다. 얇으면 사는 쪽이 이미 이겨놓은 거래고요.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반복해서 겪고 나니 이유가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 이유가 오늘 이야기의 절반입니다.

앞선 두 편에서 사모펀드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옆에 있는 다른 자본, 벤처캐피탈과 나란히 놓고 보겠습니다. 둘은 자주 한 묶음으로 불리는데, 실제로는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 본 글은 사모투자와 벤처투자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펀드·회사에 대한 평가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 조건과 관행은 거래마다 크게 다르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PART 1. 뼈대는 정말로 같습니다

먼저 공통점부터. 둘이 왜 자주 한 묶음으로 불리는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 둘 다 사모입니다 — 공개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소수의 출자자에게 자금을 받아 상장되지 않은 회사에 투자합니다.

· 펀드 구조가 같습니다 — 돈을 대는 출자자와 굴리는 운용사가 나뉘고, 운용사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펀드에는 만기가 있습니다.

· 회수로 실현합니다 — 배당을 조금씩 받아 챙기는 구조가 아닙니다. 팔아야 끝나요. 그래서 둘 다 사기 전에 어떻게 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사실상 같은 업종입니다. 그런데 같은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PART 2. 어디서 갈리나

핵심적인 차이를 순서대로 놓아보겠습니다.

무엇을 사느냐

· PE는 경영권을 삽니다. 지분을 다수, 흔히는 거의 전부 가져갑니다.

· VC는 소수지분을 삽니다. 보통 10퍼센트대에서 20퍼센트대 정도죠.

어떤 회사를 사느냐

· PE는 이미 돈을 벌고 있는 회사를 삽니다. 현금흐름이 있어야 성립하는 모델이거든요.

· VC는 아직 이익이 없는 회사에 투자합니다. 매출조차 없는 경우도 많고요.

빚을 쓰느냐

· PE에게 빚은 핵심 도구입니다. 앞 편에서 본 것처럼 부채를 갚아나가는 것 자체가 수익 경로 중 하나입니다.

· VC는 빚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절제해서가 아닙니다. 쓸 수가 없어요. 담보로 잡을 자산도, 이자를 낼 현금흐름도 없으니까요.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앞 편에서 사모펀드가 돈 버는 길이 셋이라고 했죠. 이익을 키우거나, 배수를 키우거나, 빚을 갚거나. VC에게는 이 중 첫 번째 하나만 열려 있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커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성공의 모양이 다르다

· PE는 대부분의 투자에서 원금을 회수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크게 잃지 않는 게 중요하고, 대박은 드뭅니다.

· VC는 반대입니다. 투자한 것 중 상당수가 실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소수의 큰 성공이 나머지 전부를 메웁니다.

그래서 두 곳의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PE는 "이게 잘못될 수 있는 경우가 뭐지"를 먼저 묻고, VC는 "이게 엄청나게 잘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지"를 먼저 묻습니다.

PART 3. ★ 지배와 계약은 서로를 대체합니다

이제 서두의 계약서 두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변호사 눈에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차이가 이겁니다.

PE의 계약과 VC의 계약을 나란히 놓으면, 회사에 대한 권리를 다루는 부분은 대체로 VC 쪽이 더 촘촘합니다. 지분은 훨씬 적게 사는데 계약서는 더 두꺼운 거예요. 처음 보면 이상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PE는 지배로 해결합니다. 지분을 거의 다 샀으니 주주총회도 이사회도 장악합니다. 그러면 계약서에 일일이 써둘 필요가 없어요. 무엇을 할지 그냥 결정하면 되니까요. 회사의 의사결정 기구 자체가 자기 손 안에 있는데, 굳이 "이건 우리 동의를 받고 하라"고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VC는 그럴 수 없습니다. 20퍼센트를 가지고는 아무것도 혼자 정하지 못합니다. 이사회에서도 소수이고, 주주총회에서도 소수예요. 그런데 투자한 돈은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못 가진 힘을 계약으로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결정은 자기 동의를 받도록 하고, 회사 상황을 볼 권리를 확보하고, 나중에 팔 때 같이 나갈 수 있게 하고, 회사가 잘못됐을 때 먼저 회수할 순서를 정해둡니다. 구체적인 조항들은 앞서 스타트업 편에서 일상의 말로 하나씩 풀어드렸으니 여기서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명제입니다. 지배와 계약은 서로를 대체합니다. 지배가 있으면 계약이 짧아지고, 지배가 없으면 계약이 길어집니다.

이 원리는 VC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합작투자에서 지분이 적은 쪽, 소수지분만 인수하는 재무적 투자자, 가족기업에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주. 전부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힘이 없으니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앞서 페이스북 창업자 분쟁 편에서 남아 있는 사람이 밀려나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필요했던 것들이 정확히 이 계약상 권리들이었습니다. 사전 통지, 참여 기회, 정보권. 지배력이 없는 쪽이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니까요.

실무적으로 뒤집어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계약서의 두께를 보면 그 거래의 힘의 분포가 보입니다. 조항이 촘촘하다면, 그건 그 조항을 요구한 쪽이 불안하다는 뜻입니다.

PART 4. ★ 위험을 다루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두 번째 차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PE는 위험을 줄이려 합니다. 이미 검증된 현금흐름을 사고, 실사로 숨은 문제를 파내고, 남은 불확실성은 진술과 보장이라는 장치로 파는 쪽에 떠넘깁니다. 요약하면 하방을 막는 게임입니다.

VC는 위험을 안습니다. 대부분이 실패할 것을 알고 들어가니까요. 상방을 여는 게임이죠.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실제 계약을 열어보면 반전이 있습니다. VC도 하방을 막습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요.

대표적인 것이 회사가 팔리거나 정리될 때 투자자가 먼저 자기 몫을 회수하도록 정해두는 구조입니다. 이걸 한 문장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잘 안 되면 내 돈부터 먼저, 잘되면 지분대로 함께.

이게 무슨 뜻일까요. 손실은 제한하고 이익은 열어두는 구조입니다. 채권처럼 안전하면서 주식처럼 크게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겁니다.

이 비대칭이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이죠. IP 금융 시리즈에서 특허를 옵션에 비유하며 설명한 그 구조입니다. 잃을 수 있는 건 정해져 있고 벌 수 있는 건 열려 있는 것.

그래서 저는 벤처투자에서 흔히 쓰이는 우선주를 이렇게 봅니다. 주식의 옷을 입고 있지만 성격은 옵션에 가깝다고요.

그리고 창업자 입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여기 있습니다. 그 비대칭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창업자라는 것. 회사가 크게 성공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어정쩡하게 팔릴 때예요. 투자자가 먼저 회수하고 나면 창업자 몫이 생각보다 훨씬 적거나 아예 없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편에서 계약을 조항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검토하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이것입니다.

PART 5. ★ 실패했을 때 누가 다치나 — 왜 비판은 한쪽에만 쏠릴까

세 번째 차이이고,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셨을 겁니다.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회사가 망하는 일은 늘 있는데, 왜 아무도 벤처캐피탈을 약탈적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사모펀드는 그렇게 비판받는데 말이죠.

도덕성의 차이가 아닙니다. 구조의 차이입니다.

· 벤처투자가 실패하면 — 회사가 조용히 사라집니다. 손실은 대체로 투자자가 떠안습니다.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애초에 빚이 많지 않으니 떼일 채권자도 적습니다. 사회적 논쟁이 잘 생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 차입을 동원한 인수가 실패하면 — 회사가 무너집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는 인수 과정에서 얹힌 빚이 있고, 그 빚에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 있습니다. 납품업체가 있고 직원이 있습니다. 손실이 투자자 선에서 멈추지 않고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그래서 두 번째 명제입니다. 손실이 투자자 울타리 안에 머물면 시장의 문제이고, 밖으로 새어 나가면 법의 문제가 됩니다.

규제와 여론의 시선이 한쪽에 집중되는 건 그래서 필연에 가깝습니다. 법은 자기 돈을 잃는 사람을 보호하려고 나서지 않습니다.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위험을 떠안게 된 사람이 생길 때 나섭니다.

앞 편에서 사모펀드의 세 가지 수익 경로 중 유독 부채 상환에서만 분쟁이 난다고 했는데, 같은 이야기입니다. 빚이 있어야 손실이 밖으로 나가고, 손실이 밖으로 나가야 법이 개입합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겠습니다. 벤처캐피탈이 착해서 이런 게 아닙니다. 구조상 남에게 전가할 통로가 없을 뿐입니다. 만약 벤처투자에도 대규모 차입이 결합된다면 같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후기 단계 투자에서 여러 기법이 섞이면서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도 있습니다.

PART 6. 그래서 창업자와 경영자는 준비가 달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받는 쪽 관점입니다. 어느 자본을 만나느냐에 따라 협상해야 할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모펀드가 오는 경우 — 경영권이 통째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협상 대상은 대체로 가격, 그리고 내가 회사에 남을지 나갈지, 남는다면 어떤 조건인지입니다. 한 번에 크게 결정됩니다.

벤처캐피탈이 오는 경우 — 경영권은 유지합니다. 대신 자유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동의권 몇 개, 다음 라운드에서 몇 개. 그래서 협상 대상은 가격보다 조항이고,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한 줄로 줄이면, 사모펀드와의 거래는 한 번에 크게 결정되고 벤처투자와의 거래는 조금씩 오래 결정됩니다. 그래서 후자는 매 라운드가 협상이고, 앞 라운드에서 넣은 조항이 다음 라운드의 기준선이 됩니다.

저장해 두세요 — 투자 구조를 볼 때

1. 계약서 두께로 힘의 분포를 읽어라 — 조항이 촘촘하다면 그것을 요구한 쪽이 불안한 것이다.

2. 지배가 없으면 계약으로 만들어라 — 소수지분이라면 동의권, 정보권, 통지 의무가 유일한 방어선이다.

3. 잘될 때가 아니라 어정쩡할 때를 계산하라 — 먼저 회수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면, 그 반대편에 누가 서 있는지 보라.

4. 빚이 있는지를 보라 — 손실이 투자자 안에 머무는 구조인지, 밖으로 새는 구조인지가 거기서 갈린다.

5. 앞 라운드의 조항이 다음 라운드의 기준선이 된다 — 처음 한 번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며 — 같은 옷을 입은 다른 자본

정리하겠습니다. PE와 VC는 펀드라는 같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출자자를 모으고, 보수를 받고, 만기 안에 팔아 돌려준다는 점에서요. 그런데 그 옷 안의 몸은 상당히 다릅니다.

한쪽은 이미 굴러가는 회사를 사서 더 잘 굴러가게 만드는 일이고, 다른 쪽은 아직 안 굴러가는 회사가 언젠가 굴러갈지도 모른다는 데 거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쪽의 계약은 이미 가진 것을 지키는 데 쓰이고, 다른 쪽의 계약은 갖지 못한 힘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계약서에 정직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늘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은 계약서를 형식적인 서류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 거래의 힘의 지도에 가깝거든요. 누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누가 무엇을 양보할 수 없는지가 조항의 개수와 위치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투자를 받게 되든, 조건표의 숫자보다 그 뒤에 붙은 조항들을 먼저 읽으시길 권합니다. 숫자는 오늘의 이야기이지만, 조항은 앞으로 몇 년의 이야기니까요.

"지배와 계약은 서로를 대체합니다. 다 가진 쪽은 계약이 짧고, 조금 가진 쪽은 길어지죠. 그래서 계약서 두께를 보면 그 거래의 힘의 분포가 보입니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손실이 투자자 안에 머물면 시장의 문제지만, 빚을 타고 밖으로 새면 법의 문제가 됩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사모투자와 벤처투자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펀드·회사에 대한 평가·사실 단정이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지분율과 계약 조건, 투자 관행은 거래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고 본문의 서술은 일반적 경향을 정리한 것이므로, 개별 거래는 반드시 구체적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기 : 「회사는 그대로인데 두 배를 법니다 — 사모펀드의 산수」 · 「사모펀드는 왜 사람에게 백만 달러를 줄까」 · 「창업 첫 주에 5분 만에 정한 것이, 5년 뒤 가장 비싼 문제가 됩니다」 · 「지분은 빼앗긴 게 아니라 묽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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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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